아직 시행 초기 단계로 국선변호인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구체적으로 표면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법원에 등록된 상당수 국선 변호사들이 사선 변호를 겸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업무 가중과 재판 기일을 수시로 조정해야하는 번거로움을 호소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6일 오전 전주지법 제5호 법정. 국선변호인 제도가 지난달 20일 시행된 후 사선 변호사를 구하지 못한 피의자 신문 절차에서 국선 변호가 ‘필수 조건’이 되면서 이날 영장실질심사에도 국선 변론이 진행됐다.
1명의 국선 변호사가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3명에 대해 잇따라 변론에 나섰다.
영장전담 재판부의 인정심문 등의 심리 후 곧바로 이어진 국선 변호사의 변론 시간은 고작 2∼3분. 3건을 모두 합쳐도 국선 변호인에게 주어진 변론 시간은 채 10분을 넘기지 못했다.
전주지법의 국선변호인단은 모두 21명. 미리 지정된 당직 날짜에 맞춰 2명씩 조를 이뤄 ‘로테이션 방식’으로 국선 변호를 맡고 있는 이들은 제도가 시행된 지 보름이 지나면서 모두 한번씩 영장실질심사를 거쳐본 상태.
하지만 피의자 접견이 영장실질심사가 개정되기 1시간 전에 이뤄지고, 당직 국선 변호사들의 재판 일정 등 개인 사정에 따라 변호사 1명이 여러 사건을 동시에 맡기 일쑤여서 변론 내용 또한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국선변호사는 “사회에 봉사하는 가짐으로 국선 변호에 참여한 변호사들이 대부분으로 알고 있다”면서 “소신껏 국선 변호를 하겠지만 아무래도 일반 사건에 더욱 신경쓸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국선 변호 1건당 지급되는 보수는 10만원. 상대적으로 높은 수임료를 받은 사선 변호에 치우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한 영장실질심사에서 부터 정식 재판까지 모든 변론을 책임지게 되면서 누적된 업무로 재판 차질 마저 우려되고 있다.
두 차례 국선 변호로 모두 6건을 맡게 됐다는 한 변호사는 앞으로 재판이 진행될 경우 국선 변호건만으로 3개 재판부를 오가는 ‘심적 부담’도 내비쳤다.
현재 전주지법 본원과 일선 지원별로 구성된 국선변호인단은 전주 21명을 비롯해 군산 13명(익산 포함), 정읍 7명, 남원 2명 등이다. 변호사 확보가 쉽지 않아 남원지원의 경우 변호사협회에 추가로 2명을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