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병가 후 첫 공식일정을 전통과 문화가 숨 쉬는 전주시에서 가질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중국견문록 등 깊이 있는 세계오지 여행이야기를 책으로 전해줬던 바람의 딸 한비야씨(48).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을 통해 이제는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으로서 기아와 질병이 만연한 세계 오지 아이들과의 추억, 그리고 계속되는 아이들의 아픔을 전하고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 팀장이 전주시를 찾았다.
전 세계를 누볐지만 아직 전주에서 한숨 잠도, 한 끼의 식사도 안했을 정도로 한 팀장에게 있어 전주는 아름답고 인심 좋다는 말만 전해들은 오지(?)였다.
지난 5일 전주에 도착해 하룻밤을 지내고 6일 전주시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한 한 팀장은 “거리상으로 가까워도 심정적으로 멀었던 도시였지만 민속촌 같은 인위적이고 박제화된 전통이 아닌 사람이 살아가며 우리 전통문화를 꾸며가는 도시가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고 전주에 대한 첫 인상을 밝혔다.
한 팀장은 “우리의 훌륭한 전통문화와 인물들을 세계에 알려 우리문화를 수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전주가 적임인 만큼 전주시민이 앞장 서 달라”고 부탁했다.
월드비전의 국제구호 활동이 많이 알려져 최근에는 ‘언니, 누나’라 부르며 좋은 일에 써달라고 용돈을 건네는 중·고등학생들, 자신의 생일 옷 살 돈까지 희사하는 대학생들을 보며 삶의 보람을 느끼는 한씨는 “요즘 학생들이 이기주의, 개인주의에 빠졌다고 하지만 실상 이들에게는 따뜻한 마음이 충분히 있다”며 “아이들의 모습에 충분한 희망이 있고 이를 가꾸는 건 우리 어른들 몫”이라고 말했다.
해외 긴급구호현장을 누비다 누적된 피로로 인한 마비증상 등으로 지난 3개월 여간 병가에 들어갔던 한 팀장은 아직 완치되지 않아 국제구호현장을 내년부터 누빌 계획이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현장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갈 기세다.
“55세까지는 탁상이 아닌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겠다”는 한 팀장은 이후에는 세계 7대륙의 높은 산을 모두 등정할 계획이다.
“에베레스트를 오른 가장 나이 많은 할머니가 한국 사람이기를, 그리고 그 할머니가 나였으면 좋겠다”는 한 팀장에게서 ‘들판을 날아다니다’는 그녀의 이름 뜻풀이처럼 삶의 체험현장냄새가 물씬 풍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