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누에타운 특구

국민의 정부 시절 김대중 대통령을 가장 측근에서 모셨던 A씨는 ‘누에 예찬론자’였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관 등을 지낸 그는 거의 매일 폭탄주를 마셨는데도 끄덕없이 견뎌냈다. 전주에 내려와 기관장들과 술자리가 벌어지면 병권(?)을 잡고 좌중을 휘어잡았다. 폭탄주를 자신이 제조하기 시작해 몇차례 돌리고, 또 주고 받기를 하면 거의 20잔 가까이 마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밤 자정이 되면 어김없이 서울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는 아침 일찍 DJ 앞에 나타나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보고를 했다고 한다.

 

그는 그 비결로 두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부안산 누에였다. 부안에서 구입한 가루누에를 환으로 만들어 상복했던 것이다. 또 하나는 운동이었다. 술을 마셔도 반드시 1시간씩 런닝머신을 뛰며 흠뻑 땀을 냈다. 이 얘기에 얼마나 과장이 섞였는지 모르지만 그는 가는 곳마다 ‘누에가 건강에 제일’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누에를 키우는 양잠(養蠶)업은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수출 효자노릇을 했다. 농촌에 가면 누에를 치고 뽕나무를 기르는 농가가 흔했다. 잠사(蠶絲)공장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누에고치 수매가 있는 날이면 농민들이 목돈을 만지며 흐뭇해 했다. 그러다 비단 수요가 급격히 줄어 들고 값싼 중국산이 들어오면서 사양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 양잠업이 요즘 웰빙바람을 타고 다시 각광받고 있다. 누에와 뽕나무가 갖고 있는 각종 의학적 효능이 검증되면서 부터다. 차와 동충하초 등 건강식품은 물론 비누, 누에그라, 화장품, 의약품 등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누에가루는 천연혈당 강하제일 뿐 아니라 중풍과 항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중국의 고서 본초강목(本草綱目)은 누에의 유일한 먹이인 뽕나무에 대해 “뿌리부터 잎, 껍질, 열매까지 어느 하나 약으로 쓰이지 않는 것이 없다”고 적고 있다. 그래서 옛부터 누에와 뽕나무를 하늘이 내린 곤충과 나무란 의미에서 각각 천잠(天蠶), 신목(神木)이라 불렀던 것이다.

 

때 마침 정부가 부안군 변산면(유유지구)과 하서면(농원지구) 일대 83만㎡를 누에타운 특구로 지정했다. 누에 생산에서부터 가공과 유통은 물론 체함학습관, 누에전시관, 곤충과학관 등을 세울 것이라고 한다. 청정 변산반도와 어울려 명소로 발돋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