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는 사람은 없어도 내가 갈 곳은 많아요.”
'2006전주세계소리축제'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34년째 전국의 축제와 행사를 돌며 쓰레기를 줍고있는 권호석 할아버지(70·장수군 천천면).
'서로에게 양보하고 기초질서 잘 지켜서 문화국민 됩시다' '아름다운 우리 고장, 자연환경 깨끗하게, 내가 머물던 자리는 깨끗이 치우고 갑시다' 등 흰 티 위에 검은 먹으로 직접 써넣은 교훈적인 문구와 검은색 비닐봉지는 이제 그의 상징이 됐다.
"돈 없는 사람이 돈이나 벌지” "정신 이상한 사람 아냐?”
365일 쓰레기를 줍다보니 생계는 오래 전부터 아내 몫이 되어버렸다.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다 시비가 붙어 손을 다치기도 했고, 때로는 숙박비가 없어 노숙도 한다.
그런 권할아버지를 세상은 이상하게 바라보기도 하지만, 그는 "봉사는 그 순간, 자신이 맡은 구역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나 한사람이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지요. 그래도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권할아버지는 오늘도 장수에서 7시 반 첫 차를 타고 전주로 나왔다. 내일은 김제 지평선축제로 갈 계획. 그는 "가끔 막차를 놓치고나서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순찰차를 얻어타는 행운도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