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건축단상] 전통건축과 생태건축

건강건축, 전통요체 적용과 맞닿아

엔트로피(Entropy)라는 용어는 잠재 에너지가 활성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의 단위이며, 지구 상의 모든 에너지가 유한하다는 가정을 물리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이다. 에너지는 어떠한 형태로든 모든 물질 내에 포함되어 있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총합은 절대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엔트로피는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가용 에너지는 점차 고갈되어 간다는 개념이다. 즉, 불활성 에너지인 엔트로피가 증가함으로써 가용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건축은, 이러한 물리적 엔트로피의 개념에서 볼 때, 건축물의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 가장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는 분야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대 건축에 있어서 고층화, 고밀화, 기계화로 인하여 더욱 많은 엔트로피를 증가시키고 가용 에너지를 감소시키는 문제점을 실감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건축에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엔트로피의 증가를 억제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러한 방법 중의 하나가 건축계획, 디자인, 그리고 설계 시에 자연의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건축 디자인에서 활용될 수 있는 자연의 요소로서는 태양, 바람, 물 그리고 흙 등으로 종합될 수 있다. 이 요소들이 과거의 서양의 ‘물질 원소론(Atomism)'의 구성 요소와 일치하고 있으며, 또한 동양의 풍수지리 사상의 중요한 요소와도 일치하는 것은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 결코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엔트로피의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자연적인 건물의 기본적인 고려 사항은 그 지역의 불변인자인 지형, 태양, 기후, 땅 등에 관련된 풍토적 조건이다. 이러한 불변인자들에 대한 지역적 건축적 대응 방법을 지역의 전통 건축에서 찾을 수 있음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의 전통건축은 오랜 세월 동안 자연적인 요소를 활용하고 대응시키는 시행착오와 경험들을 바탕으로 축약된 해결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 마다 매우 상이한 기후 조건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지역 마다 매우 독특한 전형의 주택 형태를 유지하고 있음도 엔트로피의 억제 방법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우리사회에 화두가 되고 있는 건강건축, 생태건축도 설계의 방법과 과정을 보면, 과거의 전통건축의 설계 철학과 원리 등을 재발견하고 해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본다.

 

현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건축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건강건축, 생태건축으로의 시도가 앞으로 전통건축의 요체를 더욱 세심하게 분석하고 적용하는 노력으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전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