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28일 △창업 및 투자활성화 △수도권 공장증설 선별 허용, 공장총량 배정 △공장설립입지제도 혁신 △물류 인프라구축 등의 내용이 담긴 ‘수도권 기업환경개선대책’을 내놓았다. 이중 수도권 밖에서 공장을 짓거나 설비투자를 하는 중소제조회사에 대해 3년 시한으로 창업자금을 최대 10억원까지 보조키로 한 것 등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수도권 공장증설을 허용하고 공장총량을 늘리는 것은 기업환경개선으로 포장한 사실상의 수도권규제 완화다. 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대책 대로라면 수도권 지역 건축총량이 2004년부터 올해까지 배정한 856만㎡보다 3백68만㎡나 늘어난 1224만㎡가 새로 설정된다. 또 수도권 공장 증설을 요청한 8건중 4건이 내년 상반기중 선별적으로 허용되고, 주한미군기지가 이전될 평택시에 공장총량 60만㎡가 별도 설정된다.
이쯤 되면 지방 투자에 대해 약간의 당근을 주는 대신 대기업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격이니 눈가리고 아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도권규제라는 국가정책이 대기업 요구와 맞바꿔치기된 것이나 다름 없다.
이러니 아무리 좋은 메리트를 제공한다 해도 대기업들이 지방에 투자할 생각을 하겠는가. 오히려 지방에 이전하려던 기업을 수도권에 눌러 앉히고, 지방기업마저 수도권으로 빨아들이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를 남북과 동서에 이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또 하나의 감정적 갈등구조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을 이 정부는 아는가 모르는가.
수도권은 과밀로 동맥경화돼 가고 있는 반면 지방은 경제적 빈혈상태다. 아무리 우선 먹기로는 곶감이 달다지만 과거 일극 중심의 폐해와 역기능을 또 답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13개 시도지사와 국회의원들로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가 밝힌 것 처럼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방의 산업 자체가 고사되고 지역경제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대사건이자 생존권을 위협하는 처사인 것이다.
눈가림식 수도권규제 완화를 되풀이하는 것 보다 ‘선 지방육성 후 수도권 관리’ 기조에 따라 지방이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거듭나도록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