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도민들 관심이 전북선수단 최대 무기 - 라혁일

라혁일(전라북도 체육회 사무처장)

경북 김천 등에서 펼쳐진 제87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이 마침내 눈 앞에 다가왔다.

 

우리나라 최대 스포츠 축제라 할 수 있는 이번 전국체육대회에 우리 전북 선수단은 육상과 수영 등 모두 41개 종목에 1,460명이 참가하게 된다.

 

이번 전국체육대회는 우리 전북의 입장에서 볼 때 침체된 전북체육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느냐, 아니면 그렇지 못하느냐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갑작스럽게 ‘도약의 발판’이라는 등의 거창한 말을 끄집어내게 된데에는 사실 전북체육의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 크다.

 

그동안 우리 전북체육은 한 때 종합2위(제55회 전국체육대회 74년 서울 개최)를 차지하는 등 줄곧 상위권을 유지해오면서 체육강도의 면모를 보여왔다. 이에 노태우 대통령이 전국의 원로체육인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열악한 전북이 스포츠를 잘하는 이유가 뭐냐”라고 물어볼 정도로 전북은 체육에서는 선두격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원로 체육인은 다른 시도 참석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우리는 돈이 없지만 도민들이 체육을 중심으로 단결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것은 아주 유명한 일화다. 이제는 그 같은 모습은 아주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체육 전성기를 누리던 전북은 지난 2003년 도내에서 개최된 제84회 대회때 3위를 차지한 이후 2004년 충북 전국체전 12위, 지난해 울산 전국체전 14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잇따라 받고 있다. 이 같은 저조한 성적을 거둔데에는 학교체육의 부실화, 실업팀의 부재 등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전반적인 도민들의 분위기가 예전만 같지 못한 것도 또 다른 이유로 들고 싶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이 우리 전북뿐 만은 아니다. 다른 시도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프리미어리그에 넋을 잃고, 메이저리그에 눈과 귀를 빼앗긴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아마추어 체육이 ‘동네스포츠’로 전락한 느낌을 받는다. 사실 이번 전국체육대회에서 우리 전북은 종합 10위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상당한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어쩌면 이 같은 목표마저 늘 ‘최강’이라는 수식어에 익숙해진 우리에겐 그다지 양에 차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목표달성여부도 불투명하다. 우리는 그동안 객관적인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1년간 힘든 준비를 해왔다.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체육회 사무처 직원들이 사실상 여름휴가와 추석연휴를 반납해가며 목표를 달성하기위한 총력전을 펼쳐왔다. 이처럼 힘든 준비를 하게 된데에는 열악한 도세를 지닌 전북이 체육을 통해 도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다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얼마 전 우리 전북체육 소식지 가을호에 “자랑스런 전북선수들이여… 이제 우리는 그대들이 누빌 벅찬 감동의 무대로 빠져들려한다. 한 경기 최선을 다할 그대들을 응원하며 축제를 즐겨보려한다”라는 익명의 글은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바로 이러한 관심이 우리의 목표의식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가난과 소외, 천대의 대명사로 불리워졌던 우리 전북이 그동안 전국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웬만큼 나이 든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전북체육이 전성기를 누릴 당시에 황인성 지사가 외치던 구호가 ‘도민총화(道民總和)’였고, 그래서 그의 별명이 ‘황총화’였던 시절. 도민들은 단결과 화합을 통해 체육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보냈었다. 이런 도민들의 단결과 화합, 그리고 적극적인 관심은 곧 전북을 ‘체육강도’로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이제 전북체육은 옛날의 그 영광을 되찾기 위해 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리 전북 선수단이 이번 경북 전국체육대회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 관심등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전북체육을 더욱 살찌우게 하는 것이다.

 

/라혁일(전라북도 체육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