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내게로 왔다] 숲과 가까워지면 삶의 여유 찾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나무와 풀 - 이유미(국립수목원 연구원)

지난 12일 전주평생학습센터에서 열린 '우리 풀과 나무 이야기' 2006 초록시민강좌에서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원이 강의를 하고 있다. 봄이 오는 색깔은 식물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사진은 국립수목원 뒷산 전경. 강원도 원주시 문막에 있는 수령 1000여년의 은행나무.(위에서부터). (desk@jjan.kr)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4000여종의 식물, 우리에게 이들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함께 고민하기’라는 화두로 2006 초록 시민강좌 2탄은 시작됐다.

 

이날 강연을 맡은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은 “오감을 열고 함께 얘기를 풀어가자”며 말머리를 열었다.

 

노란색도, 연두색도 아닌 봄의 색깔. 우리 머리 속의 고정관념과 달리 봄을 말하는 나무들의 색깔은 서로 달라 너무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봄을 한두가지 색으로 단정짓는 것은 산과 숲을 지나치듯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이씨는 지적한다.

 

 

‘머무르며 하나하나 관찰하는 데서 숲의 즐거움이 시작된다’는 것이 숲과 가까워지는 첫번째 방법이라고 이씨는 말한다. 설악산의 아름다움에 대해 강연했던 박그림씨처럼 이씨도 애정과 여유를 가지고 숲을 바라봤을 때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식물 이름을 묻는 이씨의 질문에 ‘참나무, 철쭉, 민들레’ 등 친숙한 나무와 꽃이름이 쏟아졌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식물들을 우리가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는가를 짚어 보기 위한 질문이었다. 이씨가 보여 준 몇장의 식물 사진은 우리 눈에 모두 소나무였지만 제각각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바다에 산다하여 ‘육송’, 나무껍질이 붉다하여 ‘적송’, 나무의 휘어자란 게 여체의 곡선처럼 아름답다 하여 ‘여송’이라는 불리는 우리 소나무.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송’은 나무껍질이 검어 ‘곰솔’이라 불리고 나무껍질이 희면 ‘백송’이라 불린다. 또 한국전쟁 후 척박한 토양을 다져주는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사라져야할 미국산 니기다 소나무와 잣나무, 참나무 등 각각의 특징과 이름을 갖고 있다.

 

이어진 “꽃과 나무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도 꽃은 키작은 연약함, 나무는 우람함이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이씨는 꽃이 피기전에는 2㎝에 불과하지만 나무인 돌매화와 한창 크면 2m가 넘지만 풀인 옥수수를 예로 들었다. 꽃과 나무는 목질의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는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식물을 구분해 주지 않으면 식물은 섭섭하다”며 “식물을 알려면 우선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식물에 대한 애정이 생기면 다음 단계는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다.

 

이씨는 바람에 의해 수정을 하며, 한 개체에서 암술과 수술을 동시에 지닌 소나무와 옥수수를 비교했다.

 

소나무의 암술이 나무 꼭대기에 달려 있고 수술은 그 밑에 위치하는 이유는 근친교배를 막기 위함이다. 반면에 옥수수는 수술이 위에 있고 암술이 밑에 있어 구조상 근친교배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체 내에서 수술이 진 후에 암술이 피어나는 방법으로 이를 피한다.

 

식물이 지닌 생존전략을 이해하면 그들과 보다 친해질 수 있다고 이씨는 설명한다.

 

식물의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햇빛. 그러나 키작은 질경이는 숲속에서 나무들과의 경쟁을 이길 수 없어 거리로 튀어 나왔다. 햇빛은 확보했지만 부족한 수분과 동물들의 발에 밟히는 상황에 처한 질경이는 단단한 열매를 만들고 수분을 최대한 확보해 열매에 저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열매가 많은 수분을 확보하는 특성 때문에 질경이는 이전에 신장에 좋은 약재에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변모하기도 했다.

 

또 식물은 자식개체를 곁에 둘 수 없는 고민이 있다. 자신때문에 자식이 햇볕과 수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물이 택한 방법이 씨를 최대한 멀리 날려 보내는 것이다.

 

단풍나무는 프로펠러의 원리를 이용해서, 민들레는 씨를 최대한 가볍게 해서 멀리멀리 자식을 떠나보낸다.

 

이씨는 “위대한 발견과 사상, 문학작품은 머물러 오래 지켜보는 것에서 탄생했다”며 “식물 곁에서 오래 그들을 바라보면 삶의 여유와 그 이상의 배움을 얻을 수 있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