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니 무어니 해도 그 첫째는 광복과 민주 공화국의 탄생이다. 어느 때 어느 정권도 국민을 위한 정권이라고 말하지 않는 정권이 없었겠지만 민주 헌법이 국민의 힘으로 제정되고 국민의 투표에 의해서 정부가 수립됐다는 것은 그야 말로 유사이래 처음인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역사의 큰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었다.
그 둘째는 1998년 김대중 정부로의 평화적 정권교체다. 물론 박정희 전두환 등 일부 군사정권을 제외하고는 선거에 의해서 정권이 바뀌어 왔는데 웬 말이냐 고 한다면 할말은 없지만, 그것은 사람만 바뀐 정권의 연장이지 평화적 정권교체는 아니었다. 그것이 1998년 김대중 정부로 국민의 힘에 의해서 평화적으로 정권이 바뀐 것이다. 정권이 반대쪽으로 넘어갔는데도 국민의 동요 없이 그야말로 평화적으로 넘어 간 것은 이것이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쉽게 생각하면 당연한 것 아니냐고 가볍게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유사이래 수 천년동안을 봉건 군주 하에서 살았고, 8.15 광복 후 쉬지 않고 격동의 세월을 보낸 우리나라로서는 그야 말로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역사를 밉게만 보지말고 우리나라 수준의 여러 개발도상국가의 걸어 온 길을 보면 우리나라 민주화가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세 번째는 반기문 유엔 사무 총장의 탄생이다.
우리나라가 1948년 5월 UN의 감시아래 선가가 이루어지고 민주공화 체제가 갖추어 졌지만, 그리고 UN의 참전아래 6.25가 종식되었고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UN에 가입한 것은 1991년이었으니 가장 UN과 관련이 크면서도 UN에 가입이 늦어진 것은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일이다. 물론 동서 이념의 대결이 그 원인이었겠지만 어쨋던 그게 UN의 현실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UN사무총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반기문 사무총장 당선자의 영예뿐 아니라 나라의 영광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우리 국민의 기쁨이다. 필자는 이런 기쁨을 70평생 내 생애의 기쁨으로 간직하면서 반기문 당선자와 국민에게 이런 당부를 하고 싶다.
UN은 상임이사국 등 UN 주요 당사국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UN의 안정에 주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빙자해 강자만의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점을 상임 이사국 등 강자들은 이해하고 인류평화와 약자들의 인권에 이러한 특권들이 쓰여져야 할 것이며 사무총장도 여기에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우리 국민도 우리나라가 UN사무총장을 배출한데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추호라도 그를 통해 국익만을 추구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이 기회에 그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한국 출신 UN사무총장이 UN의 헌장에 입각해서 충실히 일을 함으로서 세계의 평화와 만인의 인권을 지킴으로서 그것이 바로 세계의 어느 나라와도 같은 맥락의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이런 총장의 임무에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강녕(전 전라북도 교육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