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고난 끝에 오는 행복, 평화와 통일 - 황성학

황성학(전북종교인협의회 집행위원장)

추석 연휴를 보내고 많은 사람들이 북한 핵실험으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국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이 정도 사건이면 비상식량이나 연료를 무더기로 사들이기 위해 한바탕 소동이 날만도 한데 그런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매우 극단적인 처방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실패했다고 단정하면서 “6.15공동선언”을 폐기하고 북한과의 협력은 물론 인도적인 지원마저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목소리는 북한 핵실험 엿새만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안으로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짐작된다.

 

내가 보기에 이들은 문제의 원인을 전혀 다른 곳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은 우리의 포용정책때문이 아니라 미국과의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단행하면서 미국은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북한 체제를 변환시키거나 붕괴시키는 데에 집중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기에 빠진 북한은 여러 차례 북미간 직접 대화를 요구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지난 6월, 미국의 6자 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을 초청한 것이 마지막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미국은 냉담했고 결국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 상응하는 군사력을 길러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당분간 외롭고 힘들겠지만 핵보유국이 되면 미국이 함부로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엔의 대북 결의안에 미국의 책임과 할 일에 대한 언급이 한줄도 들어가지 못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북한 핵실험 사태는 본질적으로 북한과 미국간의 문제로서 우리가 6.15공동선언을 실현하기 위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고 경제 협력을 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따라서 정부가 좀 더 강경한 대북정책을 펼친다거나 지원과 협력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북한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에서도 드러나듯이 이런 압력은 오히려 그들을 더욱 강경하게 만들 뿐이다.

 

이번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안에도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되지 않은 일반적인 무역이나 협력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조항은 전혀 없다. 더구나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과 같은 경제협력사업은 남쪽에도 이득이 되는 사업들로서 이것을 중단한다면 남한의 경제적 손실도 매우 크다.

 

또한 미국도 중간 선거 결과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조만간에 북한과 대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런데 우리가 왜 성급하게 남과 북에 실리를 가져다 주고 통일의 밑바탕이 되는 사업들을 중단할 필요가 있는가?

 

한반도의 청명한 가을 하늘을 전쟁의 먹구름이 뒤덮은 오늘, 우리는 더욱 허리를 구부리고 6.15공동선언으로 돋아난 평화와 통일의 새싹을 더 소중히 보호하고 가꾸어야 한다. 지금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무성한 가지가 뻗고 열매가 열릴 것이다. 그 열매를 7천만 겨레가 배불리 나누어 먹으며 옛이야기를 할 날이 올거라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

 

/황성학(전북종교인협의회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