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모악산 실버타운 건설 취소돼야 - 유영진

유영진(모악산지키기 시민연대 공동대표)

전주 중심에 위치하면서 가장 친숙했던 다가 공원이 시민의 휴식처인 공원으로서 기능이 끊긴지 오래됐다. 공원으로서 기능이 끊긴 것은 1993년, 다가공원 한가운데에 11층 신일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서부터다. 그 당시 다가공원을 아끼는 전주시민들은 삶의 즐거움과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녹지에 걸 맞는 야외음악당이나 미술관 같은 문화시설을 원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신일건설에서 추진하는 고층아파트 건설을 막기 위한 ‘다가공원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나섰지만 당시 임명직 전주시장은 시민들의 바람을 저버리고 층수만을 조금 낮춘 채 사업승인을 하고 말았다. 결과는 다가공원이 전주시민들의 공원이 아닌 신일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의 마당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신일아파트 모델하우스를 공개할 때 풍치가 좋은 이 아파트에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벌떼같이 모여들었다는 사실이다. 다가공원 살리기 운동이 신일아파트를 홍보해 준 꼴이 되어 아직도 슬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제 모악산이다. 어떤 사람들은 모악산 자락에 실버타운을 짓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반문한다. 툭하면 주민들이 나서서 반대하는 것에 대한 비아냥거림도 있다. 하지만 실버타운 아파트 건설의 속내를 알게 되면 실버타운을 빙자한 무분별한 건설의 진실을 알 수 있다.

 

이 실버타운은 자그마치 7-9층 높이의 고층아파트가 12동이나 들어서는 규모다.부속건물도 9개동이나 된다. 세대수만 446세대의 대규모 주택단지다.

 

우리가 문제를 삼는 것은 왜 하필 9층 높이의 고층아파트를 짓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표고 85m 모악산 자락을 윗부분으로 15m를 깎아서 그 위에 짓기 때문에 아파트는 한없이 올라간다. 그야말로 바람 길을 막고 시원하게 보이던 모악산 정상이 이 아파트의 앞마당이 되는 것이다. 실버타운이 이렇게 높이 건설해야 될 필요가 있는 것인가. 높이가 건설업자의 이익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은 아닌가.

 

두 번째는 60세 이상만 입주하게 되어있는 실버타운 건설 제안서에 ‘가족동거형’이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60세이상 노인들뿐만이 아니라 딸려있는 식구들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노인들만 사는 실버타운이 아니라 누구나 살 수 있는 일반 아파트가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일요일 구이 상악쪽 모악산 등산로 입구에서 회원들과 함께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1시간 만에 600명이 넘는 등산객이 서명에 동참했다. 대부분 시민들은 모악산 자락에 짓는 실버타운 건설이 왜 문제인가를 알고 있었다.

 

실버타운을 빙자한 실버타운 건설은 취소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시설이 층수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법적용을 악용해 평화로운 마을을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와 공존하지 못하는 기업 정신이 아쉽다.

 

어느 풍수학자가 모악산은 황소가 누워있는 ‘와우 혈’에 해당된다고 했다. 정말 멀리서 바라보면 큰 소가 편안히 전주시를 바라보며 누워있는 형상이다.그런데 바로 황소의 뒷다리 부분을 잘라 9층 높이의 콘크리트 건물 9개동을 세운다니 그것 또한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모악산의 영신이 가만히 있을지 모르겠다.

 

/유영진(모악산지키기 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