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춤추는 아파트 값

8.31대책의 영향으로 잠시 주춤하던 아파트값이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또 꿈틀거리고 있다. 지금까지 오른 것도 턱없이 오른 것 같은데 대체 얼마나 더 오르려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핵폭탄보다 무서운 세금으로 잡겠다는 데도 끄떡도 하지 않고, 공급량을 대폭 늘려 수요를 충족시켜주겠다는 데도 되레 값이 오른다니 거 참 묘한 일이다. 이쯤되면 정부도 차라리 두손 놓고 구경이나 하는 편이 욕 덜 얻어먹지 않겠나 싶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듯이 아파트값이 뛰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땅값 건축자재값이 올랐다, 친환경적으로 설계를 했다, 고급 마감재로 차별화를 했다 등등 무슨 구실을 붙여서라도 새로짓는 아파트는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다. 게다가 이름 좀 있다는 중앙업체들이 분양만 했다 하면 싸다 비싸다 따지지 않고 빚을 내서라도 너도나도 덤벼드니 아파트값이 뛰지 않고 배길 수가 없는 것이다.

 

고가 아파트를 선호하는 소비자나 투자자들 상당 수는 '나는 특별한 계층'이라는 과시욕이나 '비싼 아파트가 이득을 더 남길 수 있다'는 투기심리에 함몰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도저히 정상가라고 믿기 어려운 고분양가에 그토록 청약자가 몰릴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지역 경제력을 고려할 때 그 많은 청약자들이 어디서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근래 10년동안 신축아파트 분양가는 최대 3배 가까이나 급등했다. 경제성장률의 4배, 도시근로자가구 가처분소득의 4배 수준에 달한다. 보다 못한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이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압박을 가해보지만 주택건설업체들은 '시장경제 원리'에 위배된다며 꿈적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느 물건이 완제품도 나오기 전에 미리 돈부터 받는지 납득할만한 설명이라도 해야 할텐데 그 대목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최근 LG경제연구소가 아파트값 붕괴 가능성에 대해 적색경보음을 발령했다. 이 연구소 김성식 연구원이 "현재 아파트시장은 마치 4~5년전 코스닥 투기열풍과 같은 머니게임을 연상시킨다"며 "요즘 아파트값 이상급등은 맹목적인 자기 실현적 기대심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거품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를 한 것이다. 경보발령 무시했다가 된서리 맞지말고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