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가을강은 하늘을 닮는다 - 양병우

양병우(전주우체국장)

추수공장천일색(秋水共長天一色). 가을강은 하늘을 닮는다는 말이다. 지리한 장마 그리고 가마솥 더위, 여름을 지나 어김없이 푸른 빛깔로 천지를 물들이는 우리나라의 가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엔 농심 만큼이나 수확과 결실, 또 희망을 기다리고 있다. 태고적부터 생성된 신비와 그 깊이에 따라 강의 푸르름이 다르듯이 그동안 뿌린 씨앗과 땀의 농도에 따라 수확의 분량이 다르다는 측면에서 결실의 계절, 가을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리가 아무 의식 없이 먹는 한 알의 곡식도 거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농부의 땀과 계절의 순환 그리고 빛과 어둠 등 천지의 섭리가 다 같이 참여함으로써 밥알이 되는 것처럼 개인이나 직장, 세상일 어느 것 하나 손쉽게 되는 일이 없다. 이렇게 모든 일에는 순서와 절차, 그리고 진행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과정?보다는?결과?에 의해서 개인의 업적이나 사업의 성패를 간단히 판단하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이와 같은 결과지상주의 또는 일방적인 목적주의는 얼마전?바다이야기?나 ?황금성?등 사행성 게임이 땀흘려 노력하는 사회 분위기를 해치고 독버섯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병들게 했던 것처럼 급기야 우리사회를 깊이 어둡고 위독한 심연 속으로 빠뜨리기도 했다. 이와 같은 결과지상주의는 단순히?돈이면 최고?라는 기계화된 사고방식과 자본주의적 경쟁의 원리가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게 되면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리 없이 파생된 필요악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경전의 말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풍조가 세계경제규모 10위란 말이 무색하게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2006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지난해 19위에서 올해 24위로 5단계나 추락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의 의식을 퇴행(退行)시켜 자칫 어렵사리 일군 거시경제 환경과 탁월한 혁신 잠재력 및 정보통신기술의 탁월성을 상실하고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물론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끌어내린 이유는 정부의 비효율성과 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성, 비협조적인 노사관계 등으로 조사되었지만 근원적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비효율적인 요소가 커져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제 우리사회는 결과지상주의, 성공지향주의로부터 벗어나 평소 무관심하고 잃어버렸던 다양한 가치와 과정에 대하여 눈떠야 한다. 삶이 일한 대가로 받는 돈에 의해서 성패가 좌우되고 이를 얻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 되고 자아를 실현해가는 과정에서 그 성패가 좌우되고 자기를 완성하려는 수고와 노력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는 물질적 가치로부터 다양한 문화 또는 정신적 가치를 표방하고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프로그램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하여 바다이야기와 같이 사행성 게임이 우리사회를 좀먹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사회를 구속하는 부정적인 양태에서 탈피하여 열심히 땀흘려 일한 사람이 대접받고 충실한 과정을 통해서 최선의 결과를 낳고 또 성공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될 때 비로소 살맛나고 풍요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추수공장천일색(秋水共長天一色). 가을강은 하늘을 닮는다는 이 말이 어쩜 하루 아침에 땡감이 홍시가 될 수 없고 세월이 익어 홍시가 되듯이 사람도 설익은 땡감이 아니라 홍시처럼 세월과 과정을 겪어야 잘 익어간다는 뜻은 아닐는지?

 

/양병우(전주우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