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논술 유감

천의무봉(天衣無縫). ‘표준국어대사전’에 천사의 옷은 꿰맨 흔적이 없다는 뜻으로, 일부러 꾸민 데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함을 이르는 말이다. <태평광기> 의 곽한(郭翰)의 이야기에서 유래하며 주고 시가(詩歌)나 문장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자연스러움으로 따지자면 글에서만 찾을 일이 아니다. 말에서도 자연스러움이 그 전달력을 더욱 높이기 마련이다. 이런 자연스러움으로 기억에 남는 사람은 한국의 1세대 여행가인 김찬삼씨이다. 그는 1959년에 세계여행을 시작한 이후 지구 32바퀴 정도의 여행을 하면서 세계 곳곳의 삶과 문화를 우리들에게 전해 주었다. 그는 세계일주여행 세 번, 테마여행 스무 번 등을 통해서 160여개 나라의 일 천여 도시에 대한 견문을 <세계일주여행기> <끝없는 여로> <세계의 나그네> 등의 기록으로 남겼다.

 

그는 세계를 돌면서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며 토박이들과 대화를 하였지만 그래도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면 그냥 한국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한국어를 사용할 때 표정이나 몸짓이 가장 자연스러워서 그의 생각이 비교적 쉽게 상대방에 게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경험은 외국을 여행한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된다. 약간의 예외들이 있기는 하지만 표정이나 몸짓이 국적을 불문하고 그 속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이유도 표정도 몸짓의 자연스러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제법 여러 방면에서 이러한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 사진기를 들이대면 아직도 부동자세를 취하면서 표정이 굳어지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심하지는 않다고 본다. 예전에 본 외국영화 속 내용 중에 가족들을 찍은 활동사진을 돌려 보면서 회상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당시로서는 그런 첨단장비를 개인이 가지고 있다는 점과 배우도 아닌 평범한 가족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기만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별 일도 아닌데 말이다.

 

최근 이어령 전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요즘의 서울대 논술시험을 통과할 자신이 없다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김찬삼 교수와 외국영화 속의 장면이 떠오른 것은 아직도 여전한 획일화된 글쓰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