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칼럼] 가끔씩 마음 거울을 닦자 - 황성학

황성학(원불교 전북교구 사무국장)

나의 보금자리인 심향당엔 아주 작은 세면장이 있다. 겨우 세수를 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다행스럽게 직립자세로 샤워를 즐길 수 있다. 세면장에는 사각의 작은 거울이 하나 있는데 샤워를 하고 나면 거울에 얼룩이 지곤한다. 그래서 샤워후 거울을 닦는 것이 하나의 귀찮은 일이었다. 그런데 언젠 부터인가 얼룩진 거울을 깨끗이 닦고 나면 투명한 거울위에 맑게 드러나는 나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지면서부터 거울을 닦는 재미와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거울과 관련된 이야기로 그리스 신화가 있는데 나르키소스라는 소년은 물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다 죽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흥덕왕의 앵무가 이야기가 전한다. 암수 한 쌍의 앵무새를 키우고 있었는데 암놈이 먼저 죽자 수놈이 너무 슬퍼하는지라 이를 측은히 여긴 흥덕왕이 수놈 앞에 거울을 갖다 놓았더니 거울에 비친 앵무새가 죽은 암놈인줄 알고 매일 거울을 쪼아대다가 죽자 이를 보고 앵무가'를 지었다고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수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거울의 발명은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하게 한 일대 큰 사건이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보다 아름답게 꾸미고 보다 예쁘게 보이고자 하는 근본적 욕구에 불을 당겨 줌으로써 인류 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 또한 크다. 오늘날 거울은 여인네들의 지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무실 음식점 공중 화장실에도 없는 곳이 없다. 이 처럼 거울은 이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하고 사랑받는 물건중의 하나가 되었다.

 

거울 중에는 업경대(業鏡台)라는 거울이 있다. 절에서 사용하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타원형의 모양인데 죽은 영혼을 위하여 천도의식을 지낼때(五齋) 지장보살의 화신인 염마왕이 이 거울로서 죽은 사람의 생전에 지은 죄업을 조사 한다고 한다. 어느날 절에서 업경대를 발견하고 나의 업을 비추어 보았던 적이 있다. 물론 상징적 의미이기 때문에 나의 업이 보일리 없지만 그 이후 나도 모르게 몸가짐을 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의 마음에도 신령스런 거울(靈臺)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기쁨과 슬픔 등의 감정은 마음 거울이 비추어준 현상들이다. 마음의 흔적이 깊을 수록 잘 지워지지 않는 것은 상처가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의 치유는 나에게 오는 일체의 경계(境界)가 나의 심신작용으로 창조된 것임을 믿고 수용함으로써 치유가 되며 이때 마음 거울도 정화가 된다.

 

거울의 물방울을 닦아 주어야 거울의 생명력이 살아나듯 마음 거울을 닦아 줄때 마음이 살아난다. 원불교의 일과는 좌선(명상)으로 새벽을 열고 참회기도로써 하루를 마무리하는데 이 모두가 마음 거울을 닦는 과정이다. 우리들의 참되고 건강한 삶을 위하여 잠깐 이라도 명상하는 시간과 나와 전우주의 생명력에 감사하는 마음을 챙겨보자. 행복이 피어나는 이 가을이 될 것이다..

 

/황성학(원불교 전북교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