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력의 역외 유출을 측정할 명확한 지표는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지만, 고창지역 주요 금융기관 창구를 드나드는 현금액으로가늠한 자금 역외유출은 심각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 지역에서 현금 취급액이 가장 많은 A금융기관의 경우 올해 한국은행을 통해 들여온 현금액이 적게는 월간 20억원, 많게는 80억원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풀린 현금이 지역 금융기관에 다시 예치되는 비율은 거의 영에 가깝다. A 금융기관 관계자는 “최근엔 자금 흐름이 수많은 경로를 통해 형성되어, 현금 흐름은 자금 유통의 일부”라고 전제하면서도, “매월 한국은행에서 가져 오는 수십억원의 현금이 창구를 떠나면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들여온 현금을 한국은행에 예치한 사례는 추석이 낀 10월 단 한차례뿐”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금융 창구로 되돌아 오지 않는 자금은 역외로 유출된다는게 지역내 자금 흐름에 밝은 토박이 금융인들의 판단이다. 한 2금융권 관계자는 “주변의 사례를 살펴보면 굵직한 구매는 대부분 외지를 통해 이루어진다”며 “당사자들은 ‘질좋은 제품을 오히려 싼값에 살 수 있다’는 논리로 대응한다”고 전했다.
자금 역외 유출을 막으려면 민관의 적극적인 역할과 함께 지역주민과 상인-사업가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지역내 유통 구조는 주민들의 지역 구매 외면과 상인들의 높은 이윤 챙기기가 맞물려 ‘고가 판매-외지 구매’의 악순환 현상을 빚고 있다”며 “지역 구성원 모두의 생각을 바꾸는 구심점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