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골프와 매너

‘골프황제’ 타이거우즈를 꺽고 세계 정상에 오른 양용은(34.게이지디자인)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에서도 정상급이었다. 엊그제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유럽 프로골프투어 HSBC 챔피언스에서 세계적인 강호들을 제치고 우승한 양용은은 준우승한 타이거우즈의 격려를 받고는 “미안하다”고 응대했다. 7연승의 위업을 놓친 타이거우즈의 좌절을 배려한, 겸손이 묻어난 매너라고 언론이 극찬했다.

 

골프는 남을 배려하는 예절운동이다. 아무데서나 스윙연습을 하거나 큰 소리로 떠드는 건 예의가 아니다. 벙커에서 볼을 치고 나온 뒤에는 고무래를 사용해 발자국을 정리해야 하고, 샷을 하면서 떨어져 나간 잔디뭉치나 흙은 제자리에 옮겨놓고 밟아줘야 하며, 그린 위 볼 자국이나 스파이크자국은 지우는 것 등이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하지만 매너 나쁜 골퍼들이 수두룩하다. 캐디를 ‘언니’로 부르다 돈을 잃거나 플레이가 잘 안되면 ‘어이’ 또는 ‘야’로 부르는가 하면, 내기 골프를 하다 돈을 잃으면 ‘폼이 그게 뭐냐’는 등 '구찌'로 견제하는 경우도 있다. 디보트에 들어 있는 볼을 살살 건드려 빼내거나, 샷을 하는 순간 이상한 동작이나 소리를 내 방해하는 악질 골퍼도 있다. 특히 내기 골프에서는 마치 사람이 달라진 듯 치사해져 나쁜 매너를 드러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돈 몇푼 때문에 "함께 플레이할 사람이 못된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매너 나쁜 건 골퍼만 있는 게 아니다. 골프장 오너도 있다. 잔디나 시설은 형편 없는데도 그린피(이용요금)나 음식값은 수도권 명문 골프장 값을 책정해 놓은 오너, 돈만 벌 목적으로 6분 간격(보통 7분 또는 8분)으로 티오프 시키는 오너, 많은 민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퍼블릭골프장 라커룸을 극히 비좁은 상태로 방치해 놓고 있는 오너, 이른바 힘 있는 기관이 청탁하면 빼줄 요량으로 몇개씩 예약시간을 축적해 놓고 있는 오너 등이 그런 부류다.

 

장기간 시범라운딩을 하고 있는 임실의 전주샹그릴라 골프장이 당초 그린피 인하 약속을 묵살해 또 민원을 사고 있다. 준공도 안된 골프장 그린피를 다른 골프장과 똑같이 받고 있으니 이 역시 매너가 좋지 않은 오너 축에 낀다. 이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인격과 명예까지 잃지 않을까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