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의 쇠퇴는 도시 뿐아니다. 농촌 재래시장도 대형마트 등에 밀려 생존 자체가 버거운 상황이다. 특히 농촌 재래시장에는 농촌지역의 삶과 문화가 담겨 있어 재래시장의 쇠퇴에 지역민들의 안타까움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농촌 재래시장으로서는 드물게 완주군 고산면 재래시장 상인들이 14일 ‘재래시장 살리기 이벤트’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4일과 9일날 5일장으로 열리는 고산 재래시장은 과거 전주 재래시장에 버금 갔고, 봉동 시장보다 3배나 컸습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작은 힘이지만 상인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고산재래시장 상인회 윤장중 회장(56)은 “지금도 완주군 북부 6개면의 중심에 고산시장이 자리잡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일회성 이벤트 개최를 통해서라도 시장을 살리려는 시장 사람들의 의지로 보아달라”고 말했다. 시장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지역민들에게 시장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상인들이 나서 행정의 도움을 받았단다.
이날 이벤트는 대표적 지역특산품인 곶감을 홍보하기 위한 곶감깎기와 특산품 판매행사, 주민노래자랑, 경품추첨 행사 등으로 진행됐다. 상품과 경품으로 세탁기와 TV, 자전거, 전기밥솥 등의 상품이 걸렸고, 500여명의 주민들로 모처럼 재래시장이 활기를 띄었다.
“몇 년 전까지 40여개 점포가 있었으나 지금은 20여개 점포로 줄었습니다. 그래도 임금님 진상품으로 전해지는 곶감을 비롯, 채소류 등은 다른 어떤 곳보다 경쟁력이 있습니다.”
인근 비봉에서 농사를 짓다가 18년 전부터 시장에서 의류와 건강원을 운영하는 윤 회장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처럼 화려하지 못하지만 상품만은 믿고 살 수 있는 곳이 시장이라고 자랑했다.
“코너마다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마치 도둑놈을 감시하는 듯한 마트나 백화점과는 다르죠. 재래시장의 경쟁력은 상인들의 따뜻한 마음과 인간미 넘치는 정 아니겠어요.”
윤 회장은 농촌 재래시장이 달구지에 물건들을 싣고 날랐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낡은 재래시장의 가게를 새롭게 정비하고 지역의 특성을 살린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농촌에서 거의 사라진 우시장이 고산시장에서는 계속 열리고 있다는 점도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