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축제 놀이는 한 시대에 따라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하나의 의식적 기능이다.
원시인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 것은 생존을 위한 온갖 어려움과 사냥으로 생계문제를 해결하려는 부족간의 투쟁, 그리고 자연재해 극복을 위해 시달려온 심신을 재충전하기 위한 거룩한 의식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그래서 놀이의 겉모습은 노래와 춤을 통한 흥겨움의 시간이었지만 그 밑바닥에는 삶을 위한 창조적인 감성이 짙게 깔려있었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놀이를 유난히 즐겨왔다. 마을마다 놀이가 펼쳐지면 모두가 신바람이 났고 이 신바람은 농경생활의 반복에서 오는 권태와 스트레스를 씻어주었다. 설, 추석, 단오등의 명절은 말할 것도 없고 모내기나 추수때 마을사람들은 춤과 노래로 한바탕 놀이판을 벌이면서 공동체 의식을 다져왔다.
한나라의 문화 기층(基層)을 이루는 민속놀이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민중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민족성의 근원인 「한(恨)」과 「멋」도 민속놀이속에 살아남아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펼쳐지는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는 이 같은 우리민족 고유의 정서를 한껏 뽑아내는 놀이 축제다. 이 대회가 처음 열린 것은 1958년 10월 서울 중구 장충동 옛 육군 체육회관에서 시작된 이후 전국을 누비면서 지금은 500여종의 민속놀이를 발굴 재현하는 등 사라져가는 향토민속문화를 보존·전승하는데 크게 기여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동안 남원문화원에서는 1991년부터 시작 올해 7회째 지난 12일 남원시·남원우체국·농협중앙회 남원시지부가 후원하고 「남원민속연구회 소리울림」회원단체가 출연하여 유관기관 단체 및 시민 등 500여명이 참여 성대하게 거행됐다.
그동안 여러 가지 사정때문에 중단된 바도 있었지만 이날 해맑은 가을하늘 아래 펼쳐진 남원의 당산제는 우리 민족의 전통민속 행사인 농경문화의 흥겨운 축제로 발굴(복원)되어 우리춤과 우리가락의 풍물굿 등으로 이어졌다.
이는 전국 12당산 가운데 하나로 그 정통성을 인정 받아온 행사이다. 축문내용을 보면 국태민안과 남원의 번영과 안녕 그리고 주민화합을 바라는 제례행사로 전승보존 되어야 할 민속행사중의 하나이다.
이날 평소 농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근면·성실하게 고향을 지키면서 살아온 농사명인으로 선정된 이상찬(남원시 신정동 479번지)씨를 시상(장원상)하는 등 푸짐한 상품까지 전달했다.
당산제를 올리는 장소는 전국 어디를 가보아도 대동소이하다. 보통 마을입구에 있는 제단이나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사당 또는 당산목이나 산신단, 석돈 등에서 치러지고 있다. 그러나 이곳(현) 남원우체국 부지내 용성초등학교 4가쪽 모퉁이에 위치한 남원 주 당산은 1985년 남원우체국 청사 신축공사때 완전 철거될 위기를 맞아 당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다툼까지 벌여서 되찾은 원형보존된 전국 유일의 남원 주 당산으로 그 의미가 남다른 특이한 당산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남원시민들의 관심 또한 남다를 뿐만 아니라 애착이 많은 당산이다.
이는 한때 구시대의 유물로 천대시되어 온바도 있었지만 이제 우리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뜻을 되살려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현대화된 문화로 창조, 길이 후손에게 물려주도록 전승 ·보존 대책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병채(남원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