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 익산경찰 수사력 불신받는 이유

이성원 기자(사회부장)

익산경찰서 수사능력 문제 없나?

 

황 약사 납치살해 사건과 익산 보석박물관 도난사건 수사과정을 지켜보면서 익산경찰서의 수사능력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구조적인 문제인지, 인적자원의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익산경찰서의 수사능력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성이 없는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황 약사 납치사건을 보자. 9월 28일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가족들이 알려준 5장의 카드에 대해 금융거래 내역을 조사한 뒤 “현금이 인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때맞춰 남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납치가 아니라 잠적이나 가출이 아니냐?’는 말이 떠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별다른 소득없이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40여일이 흘러갔다. 납치가 아닐 것이라는 소문은 더욱 퍼져갔고 실종자는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근거없이 난도질 당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내가 가족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경찰은 뒤늦게서야 5장이 아닌 다른 카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확인결과 실종 당일에 280만원이 인출된 사실을 알게 됐다.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없다는게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다. 아니, 자기 가족의 카드사용 내역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된단 말인가? 자기 자신이 쓰고 있는 카드조차도 몇개가 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게 현대의 생활이다. 더욱이 실종자는 약사라는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경찰이 가족들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40여일을 허송세월 했다는 것은 경찰이 너무 순수해서 때묻지 않았거나 아니면 수사능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3주전인 지난 6일 발생한 익산 보석박물관 도난사건 수사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은 사건 당일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현장을 깨끗히 치워버렸다. 지문이나 족적 등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했는데도 그랬다. 핑계가 더 재미있다. 관람객들에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 박물관측과 상의했다나…. 관람객의 편의까지 생각해주는 경찰의 마음을 고맙게 생각해야 할까? 그러나 아무리 뒤집어 생각해도 ‘범인을 잡는 것보다 관람객 편의를 앞세우는 것이 경찰의 본분이라고는 생각되지는 않는다. 더욱이 보석박물관의 구조 등을 살펴볼때 현장을 보전하는 것이 관람객들에게 큰 불편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언론을 대하는 태도도 보기 좋은 것은 아니다. 황 약사 사건에서 현금인출 사진을 확보하고서도 이를 쉬쉬하다가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서야 마지못해 공개했다. 또 용의자 검거 당일에는 ‘언론이 수사에 방해가 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용의자와의 일문일답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했다.

 

그러나 숨기고 싶은 수사진행 상황을 언론이 알게 됐다면 그 출처는 어디일까? 내부에서 새나오지 아니면 불가능하다. 문제가 있다면 내부에 있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일부에서는 지난해 귀금속판매센터 도난사건 해결 등으로 익산경찰서내 특진자가 많이 생기면서 직원들이 서로 견제하고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 등 팀웍이 깨지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풀어야 한다. 익산경찰서 수사능력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해야 한다. 사람을 바꾸든지, 아니면 다른 무슨 수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