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읽는 바보’라는 뜻으로 스스로를 간서치(看書痴)라 불렀던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1741~1793, 영겵ㅑ떰?는 독서는 네가지 유익함이 있다고 권면(勸勉)한다.
첫째, 배고품을 잊게 해 준다. 속이 비면 책읽는 소리가 더 낭랑하고, 낭랑한 소리속에 담긴 뜻을 음미하느라 몰두하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추위를 잊게 해 준다. 소리내어 읽다보면 바깥 기운이 소리를 따라 몸안으로 흘러들어와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셋째, 근심과 번뇌를 없애준다. 책을 읽게 되면 눈은 글자에 고정되고 마음은 이치에 몰두하므로 다른 생각이 끼어들 겨를이 없다. 넷째, 감기를 낫게 한다. 소리를 내기 위한 목구멍 운동으로 온 몸에 기운이 퍼지게 되면 막혔던 곳을 뚫어주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춥거나 덥거나 주리거나 병드는 것조차 잊었던 가난한 서생(書生)의 서글픈 독서 예찬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가 지은 <이목구심서> 에 보면, 어느 몹시 춥던 겨울밤의 방안 풍경을 이렇게 적고 있다. 이목구심서>
“이웃집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매서운 눈보라는 창틈을 비집고 방안에까지 파고든다. 흩날리는 눈은 등잔에도 벼루 위에도 떨어진다. 군불도 때지 못한 냉방에서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공허한 물음을 되뇌어 본다.”
이덕무는 자나깨나 하루도 손에서 책을 놓은 적이 없었다. 특히 읽지 못했던 책을 처음보게 되면 기뻐하며 웃었다고 한다. ‘문을 닫고 앉아 글을 읽어도 천하의 일을 알 수 있었다’하듯이 이덕무는 책을 통해 각종 지식과 정보 탐색을 즐겼다.
현대도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인터넷에 들어가면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 삶은 왜 이렇게 불안하고 초조하며 허전한가? 이덕무의 독서예찬론이 새삼 그리움으로 떠오른다.
/김재춘(완주동양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