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경의 배후도시인 히다카시. 옛 고구려 유민들이 모여 살았다는 이 도시가 최근 전라도김치를 주목하고 있다. ‘김치’를 생산, 지역 대표상품으로 육성하겠다며 ‘고려농산주식회사’를 설립한데 이어 전라도 김치맛을 전수받겠다며 전북을 찾았다. 히다카시가 이렇게 전라도김치에 집착하는 것은 바로 완주군 구이면의 신뱅이김치(대표 안명자) 맛 때문이다.
지난 5월 김치산업 컨설팅을 위해 한국을 찾은 히다카시 시의회 세키네 의장 일행이 신뱅이김치를 맛보고 자신들이 찾는 김치맛이라며 안대표를 일본으로 초청했다. 일본에서 김치시식회를 가진 세키네 의장 등은 안대표에게 김치 담그는 방법 전수를 요청하고, 곧바로 김치생산을 위한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3일 도시유키 세키네(38) 고려농산대표와 겐 이치 미야자키(57) 관리대표가 ‘김치 공부’를 위해 신뱅이김치를 찾았다.
세키네씨 일행은 일주일동안 구이에 머물면서 김치문화에 대해 익히고 있다. 일행은 안대표와 함께 김치의 주·부재료에 대한 이해부터 하고 있다. 젓갈 마늘 고추 등 김치의 중요 부재료에 대한 효능도 익히고, 직접 시장을 찾아 고르는 현장학습까지 하고 있다. 종류에 따른 배추 절이는 법도 실습하고 있다.
전라도 김치 맛 분석도 열심이다. 안대표의 요청으로 일본에서 시판되는 김치까지 싸들고 온 이들은 일본김치와 한국김치의 맛과 성분비교까지 하면서 김치를 연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도 발견했다. 일본에서 시판되는 김치에는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식초와 김치페이스트 각종 화학물질 등이 들어간다는 것. 안대표는 “실제 만나는 일본인들은 모두 한국의 전통김치를 좋아하는데 일본에서 판매되는 김치에는 한국김치맛을 내기 위해 인위적인 첨가물이 들어가고 있다”며 “한국사람들조차도 일본인들이 그런 맛을 좋아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김치맛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세키네씨는 “히다카시는 고구려인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긍지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며 “따라서 한국의 김치를 지역의 특산물로 육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뱅이김치 맛이 깊어 히다카시에서 관심이 높다”며 “‘고려김치’를 히다카시의 명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안대표는 “제대로 된 한국김치를 일본에 전파하는데 전주가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히다카시의 ‘고려김치’를 통해 전주의 김치와 문화가 일본에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뱅이김치는 배추김치와 무김치 파인애플김치 오이김치 담그는 법을 고려농산에 전수해주기로 계약했다. 고려김치는 내년 4월경부터 생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