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전주종합경기장은 '주차 천국' - 전선자

전선자(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

모모회에서는 한 달에 한번, 유적이 있는 곳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으로 답사를 떠난다. 둔황 벽화처럼 벌겋게 밝아오는 여명과 함께 무주를 출발, 전주를 향해 달리는 기분이 과히 나쁘지 않고 신선, 명쾌하다. 구릉 같은 산 셋을 넘으면서 곡예하듯 달린다. 아무리 서둘러 챙겨도 도착 시간이 급박하여 항상 조급한 마음이 되기 때문이다. 바다 같은 용담호변 대교를 달리다보면 산 끝자락과 하늘과 강이 맞닿아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이룬다. '호프만의 뱃노래'를 들으며 음악이 없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까 잠시 생각한다.

 

전주에 가면 어머니 품만큼 큰 주차장이 있어 한가닥 걱정을 던다. 바로 종합경기장이다. 떠나는 곳은 항상 그 경기장의 수당문 앞이어서 등산가는 버스, 타지 혼사에 가는 버스, 기행 답사 떠나는 버스, 등등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 작은 차를 주차시키고 단체활동을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시민들의 접근이 용이하고 이만한 거리, 공간이 달리 많지 않기 때문이리라. 하루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440여대, 그러나 차를 하루종일 주차하고 다니지는 않아서 들고 날고 하는 차량 수가 1,000여대에서 많게는 3,000여대 정도가 하루에 주, 정차를 할 수 있다하니 과히 오지랖이 넓다하지 않을 수 없다.

 

전주 종합경기장 하면 큰 체육시설만도 13개, 작년도 이용횟수와 인원이 391회 29만 9천여명에 이르렀으며 2004년도에는 무려 411회에 30만 7천여명에 이르렀다한다. 물론 전북도에서 전주시로 이관된 대지 38,000여평 규모의 시설이고 공무원이 관계하고는 있지만 체육관계자와 공설운동장관계자는 주말과 공휴일도 반납한 채 수당 없는 근무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 6월 월드컵 경기 때에는 붉은 악마와 시민 10만 명이 이곳에 모여 열띤 응원을 펼쳤고 최근 일로는 12월 6일에 '현대차노사 대타협촉구 촛불집회'가 7-8,000 여명이 모인 가운데 무사히 이뤄졌다한다. 이렇듯 전주의, 아니 전북의 대소사를 다 치르고 있는 종합경기장이야말로 전북의 모체라 해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리라.

 

오나가나 걸리는 것이 차이고 보면 주차시설이야말로 시민의 걱정을 해소해주는 큰 힘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살고 있는 아파트 주차장이 그리 좁다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조금 늦게 들어가면 차 댈 곳이 없어 몇 바퀴 뱅글뱅글 돌기가 일쑤인 현실, 한정된 토지에 이 또한 감당하기 힘든 것이 주차시설이리라.

 

비슷한 시설로는 월드컵 경기장과 전주대 옆 자전거 경륜장과 도청 주차장이 있다. 년 간 무휴 시민들의 건강증진, 체력단련, 여가활동(자전거 타기, 인라인스케이트 타기)을 겸한 시설로 무료개방하고 있다한다. 물론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운용되고 있어 당연하다 말하는 분들도 있겠으나 역지사지, 내가 주말과 공휴일도 쉴 수 없는 공무원, 그 처지에 있다면 불만하지 않겠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관계자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한편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주변환경이나 화장실이 청결하지 못함은 사람을 불쾌하게 하니 좀 개선해야 할 문제다.

 

하루 답사를 마치고 돌아와 종합경기장에 주차된 무사한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유쾌하고 보람차다. 과연 양심적으로 볼 때 몇 천원에서부터 몇 만원에 이르는 주차비를 지불했다면 그러할까? 좋은 시설을 맘껏 향유했다는데서 오는 만족감에 그저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전선자(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