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경기의 스코어가 아니다. 5.16 군사혁명으로 인한 약 2년간의 단절기를 제외하고 해방조국의 60여 년 동안 지켜온 교육 자치제를 지방자치에 통합하는 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투표결과다.
국민의 정부에서부터 교육자치를 지방자치로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더니 참여정부에 들어서는 처음부터 줄 곳 개정안을 내놓아 드디어 여야 합의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 사이 수많은 교육관련 단체들과 교육을 걱정하는 식자들의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고 서두르듯이 이 법을 통과시킨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민생법안을 뒷전으로 하고 정쟁만을 일삼는다고 늘 상 지탄을 받던 여야 국회의원들이 60여년을 지탱해온 뿌리 깊은 교육 자치를 지방 자치로 통합하는 개악법에 사이좋게 합의한 일이 신기하기만 하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교육부 장관과 교육부 관료들의 모습이다. 지난 11월22일 국회 법제사법 위원회에 출석한 교육부 장관은 의원입법으로 진행되는 이 개정안이 꼭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간청에 이를 보다 못한 조순형의원의 교육 자치를 지켜 교육발전을 꾀해야 할 교육부 장관이 자기 본분을 망각한 간청을 질책하자 허둥대는 모습은 이 법 개정의 정치적 의도성을 실감케 했다. 그처럼 간청할 개정안이라면 왜 교육부에서 주도적으로 개정안을 내 놓지 않고 의원입법안에 교육가족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맞장구를 치는가? 교육의 수장으로서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혹시 공교육의 부실 책임을 교육 자치를 희생양 삼는 국면전환용으로 삼는 일에 교육 관료들을 대표하여 교육부 장관이 앞장섰다면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교육자치는 헌법에 기초한 제도다. 교육은 미래의 국운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일이기에 일관되고 정치적으로는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이러한 헌법 정신을 바꾸는 일에 헌법 수호에 앞장서야할 국회의원들이 위헌의 소지가 있는 이 법안의 통과를 왜 이리 서둘렀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 개정안은 특별법으로 지난 5월31일부터 시행되는 제주도특별자치구의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법안이다. 특별법으로 만들어 실행 3개월 만에 법안을 내고 꾸준한 노력(?)으로 6개월 만에 법안을 통과시킨 그 신속함이 경이롭다는 말이다. 이번 법안의 발의자인 열린우리당의 교육위원회 소속 정모 의원은 법사위원회에 나와 제주도의 성공사례를 들어 법안 통과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필자는 지난 10월 전주에서 개최된 시도 의장단 협의회의에 초청된 제주도 의회의 교육상임위원장으로부터 정당 기반의 교육의원에 비해 비정당인으로서의 교육전문의원들은 위축된 활동을 할 수밖에 없고 교육전문가 5인으로서는 조례 안 발의조차 할 수 없어 교육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는 등 많은 애로를 들었기에 특별법에 의한 이 제도가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이제 시행 6개월도 못된 시점에서 성공했다고 증언하는 정의원에게 묻고 싶다. 누구에게서 그 정보를 얻었느냐고? 그리고 왜 그리 조급하냐고?
위헌의 소지 외에도 이 법안은 세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교육위원과 교육감을 선출하는데 주민 직선제로하여 교육자치의 위상을 강화하는 요소와 교육자치를 지방자치에 통합함으로써 교육자치의 말살을 꾀하는 상반된 요소가 한 법안으로 되어있어 끼워 넣기 식 법률안이라는 의혹이 짙으며 교육상임위 소속의 전문인인 교육의원은 같은 소속의 일반 도의원보다 8-10배 이상의 득표를 얻어야 하는 이른바 표의 등가성의 문제, 그리고 대부분의 법률이 경과조치가 있는데 이 법만은 본회의통과로 즉시 효력을 발생한다는 조급성 등이다. 이제 남은 일은 위헌을 가리는 헌법 소원의 길이다. 155:39의 표결과를 보고 당리당략보다는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호헌의 자세로 국민의 대표 역할을 다 하는 국회의원이 39명이나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갖는다. 그분들은 분명 이 법안에 대한 깊은 검토와 위헌성을 적시 했을 것이며 헌법 소원의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주민직선으로 하여 주민 대표성을 강화하고 교육위원회를 독립 형 의결기구화 하여 업무처리의 신속성, 합헌성을 꾀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교육자치를 실행하고 공교육의 책무성을 강하게 묻는 일만이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신국중(전라북도교육위원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