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이웃돕기

부패인식지수 세계 42위,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긴 국가경쟁력 순위는 24위, 인간개발지수(HDI) 26위, 행복지수(HPI) 102위. 올해 한국을 나타내는 지수들이다.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7월 발표한 행복지수(HPI)는 말 그대로 체감 행복의 정도를 나타낸다. 그 대상이 되는 178개 국 중 1위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였다. 행복지수는 1위지만 국내총생산(GDP)은 2900달로로 평가대상 233개국 중 207위에 그친다. 행복하다는 나라들을 보면 한결같이 경제지표와 반대인 경우가 다수이다. 그렇다면 가난하면 행복하다는 등식이 우리나라 안에서도 성립되어야 옳을 것인데 사정은 그렇지 못한것 같다. 양극화라는 이름으로 정리될 만큼 우리네 사회에서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역시 가난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수명, 교육수준, 부(富), 남녀평등 등을 척도로 인간적인 삶의 수준을 평가하는 유엔의 인간개발지수(HDI)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26위로 행복지수 102위보다는 훨씬 나은 평가를 받았다. 행복지수에서 우위를 보인 나라들이 인간개발지수에서는 등수 안에 들지 못한 이유는 이들 나라가 교육과 경제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사회적 배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낚시와 과일 등으로 생계를 꾸리는데 문제가 없어서 교육을 받을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행복할 수는 있지만 인간다운 삶인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삶의 질을 가늠할 때 흔히 사용하는 ‘가난’이란 표현은 다분히 상대적이다. 우리가 체감하는 가난과 빈곤은 절대빈곤이라기보다는 상대방보다 못 산다는 박탈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성탄절과 연말이 겹치는 요즈음이면 우리는 주로 가난하거나 불우한 이웃을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는 바람직하지만 소위 값싼 동정심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생각은 아닌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 그리고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단편적인 처방은 때로 사정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사례 중 하나가 가난한 나라에서 마치 천사가 된 것처럼 착각에 빠진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이들이 쥐어 주는 돈을 가지고 현지인이 가난을 극복하는 데 쓸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진정으로 이들이 가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면 봉사단체 등을 통해 기부하는 것이 현명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