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에게 아기돼지 삼형제나 빨간 모자 같은 동화를 읽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선악이 극단적으로 표현된 이야기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아이에게 ‘늑대는 다 나쁘다’는 편견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편견이 일단 고착되면 이후 올바른 정보가 주어져도 편견을 강화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 고착화가 그렇다. 조금 불편한 것뿐인데 비장애인과 다르다며 동정의 대상으로만 여겨진다. 또한 노동능력이 떨어진다며 취업 부적격자로 치부해 버리기 일쑤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하고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체에 2%이상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되어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버린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장애인 부담금은 기업이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키는 것을 포기하고 돈으로 대신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장애인의 노동 가치를 신체기능 상실로 인한 능력 부족이라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희아, 맨발의 기봉이 엄기봉씨, 말아톤 배형진군 등이 초인간적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한 이들로 인정받고 있지 않은가.
장애인 구직자들이 비장애인보다 일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열망도 크다. 몇 개월 동안 가족과 떨어진 타지에서 직업개발능력훈련을 받으며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지난 11월부터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직장체험 연수생으로 있으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하고 있다. 대형 운전면허, 용접이나 중장비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이 있고 박봉과 힘든 작업환경을 감수하려고 해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채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수의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많은 영세 사업장이 경제적 불황으로 문을 닫거나 축소되는 상황이라 장애인의 취업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어렵게 취직했던 한 장애인은 사업장이 축소되면서 구조조정대상이 되었다며 재취업을 위해 공단을 방문했다. “앞으로는 나오지 말라”는 회사 측에 대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순순히 나왔다고 한다. 그는 회사의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또다시 새로운 일자리에서 겪어야만 하는 장애인 편견의 벽에 너무 두텁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사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들어오기 전까지 장애인고용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텔레비전에서 본 정신장 애인의 폭력적인 모습을 보고 위험하다고 느끼거나 혹은 어렵게 생활하는 장애인을 보면서 마냥 정정어린 눈빛으로만 느끼면서 나 자신과 내 주위 사람들의 건강한 모습이 얼마나 감사하게 생각되는지 . 독립적인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한 장애인의 당당한 모습에 일률적으로만 바라본 내 자신을 반성하게끔 한다.
오늘도 공단에 많은 전화가 걸려온다. 장애인 구직자들과 장애인 고용을 고려중인 사업주의 전화이다. 절박한 심정으로 용기 내어 좁은 취업의 문을 두드린 장애인들에게 알맞은 일자리가 제공되었으면 하지만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인 사업체가 많지 않다. 여론과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발적으로 편견 없는 장애인 고용에 참여하려는 사업주의 전화가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방효진(직장체험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