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돼지꿈

돼지는 옛부터 재복(財福)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돼지꿈을 꾸면 돈이 굴러 들어온다고 여겼다. 돼지의 한자 음인 돈(豚)이 재물을 뜻하는 돈과 음이 같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또 돼지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다산(多産)과 풍요를 상징하기도 했다. 새끼 돼지들이 어미에게 주렁주렁 매달려 젖을 빠는 모습은 저절로 풍성해지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돼지의 이미지 때문인지 로또에 1등 당첨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꾼 꿈이 부모나 조상 꿈에 이어 돼지꿈이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모든 꿈은 결국 소원성취”라고 주장했다. 또 분석심리학의 아버지인 칼 융은 꿈을 원형(原型)과 ‘집단 무의식’의 발로로 보고 있다.

 

실제로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꾼 돼지꿈은 그 유형이 30가지를 넘는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게 돼지가 집안이나 방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또 새끼를 낳거나 품에 안는다든지, 돼지에 물리거나 길을 막는 것도 길몽중 하나다. 돼지 꿈을 번식과 풍요, 행운을 가져오는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돼지꿈이라서 모두 길몽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돼지가 문밖으로 달아난다든지 풀어 놓는 꿈은 좋지 못하다. 또 돼지가 울고 있거나 강물에 빠지거나 끙끙 앓는 꿈도 그러하다. 돼지고기를 먹거나 돼지털을 깎아 버리는 꿈도 역시 좋지 못한 예다. 돼지 꿈중 흉몽은 게으름과 무식함, 정신질환을 의미한다.

 

돼지와 관련된 재미있는 속담도 있다. ‘모주 먹은 돼지 껄대청’(컬컬하고 쉰 목소리), ‘돼지 왼 발톱’(상식에서 벗어난 행동), ‘돼지 그려 붙일라’(좋은 음식을 혼자 먹음) 등이 그렇다. 서양에서 돼지에 대한 인식은 우리의 흉몽에 가깝다. ‘돼지 앞에 진주’ ‘갑옷을 입어도 돼지는 돼지’ 등으로 비아냥거린다.

 

올해는 ‘붉은 돼지’를 뜻하는 정해(丁亥)년이다. 10개의 천간(天干)중 네번째인 정(丁)은 붉은 기운을 뜻한다. 속설은 붉은 기운이 활활 타오르는태양이나 불을 닮아 집안과 사업이 번창할 것으로 믿어 왔다. 그래서 60년만에 찾아 온 ‘붉은 돼지’해를 돼지 해중에서도 가장 높이 쳤다. 어쨌든 올해가 다산으로 국가적 난제인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면 일거양득이다. 또 모두가 돼지 꿈을 꾸어 소원 성취하고 부자가 되는 한 해이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