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부창대교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橋梁)는 어느 다리일까. 당연히 답은 하나여야 할텐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어떤 이는 미국 코즈웨이 대교(38.4km)가 가장 길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중국 항저우 대교(36km)가 세계 최장이라고 우긴다. 더구나 이들 다리보다 전장이 훨씬 짧은 캐나다 컨페더레이션 대교(12.9km)나 일본 세토 대교(12.3km)가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라고 확신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교량도 최장 시비가 없는 것이 아니다. 충남에서는 서해 대교(7310m)가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부산에서는 광안 대교(7420m)가 제일 길다고 열렬히 홍보를 한다. 한데 서해 대교는 7310m 전부가 교량 길이인데 반해, 광안 대교는 교량 양쪽의 평면 진입도로(1122m)까지 더한 것이니 어느 쪽 주장이 옳은가는 듣는 사람이 알아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코미디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내막을 들여다 보면 일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 없지 않다. 다리 구조가 형교 아치교 현수교 사장교 등등으로 각각 다른 데다 다리 길이를 재는 기준도 일정하게 통일된 규정이 없으니 최장 시비가 없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더군다나 '최장'이라고 하면 유명세를 타서 부수적으로 얻는 관광소득이 얼마일텐데 어느 자치단체가 마다 하겠는가.

 

다리는 이제 단순한 교통편익시설이 아니다. 주민생활에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은 기본이고, 지역특산물 판매 촉진과 물류비용 절감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준다. 뿐만 아니다. 경관이 수려한 지역에 교량이 가설되면 그 주변이 관광명소가 되어 지역개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관광소득까지 올리는 일거양득의 부가가치를 얻게 해주는 것이다.

 

지금 남해안에선 무려 20여 곳에서 다리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기본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이 다리 공사가 모두 완공되면 남해안 지도가 확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전북은 어떤가. 다리 다운 다리 하나 없는 형편에 기왕 추진 중인 부창(扶敞) 대교마저 버린 자식 취급을 하고 있다. 새만금사업 이후 최대 프로젝트라고 떠들어댄 것이 창피하다. 책임있는 공직자들은 입으로만 전북발전이 어떻다고 따따부따할 것이 아니라 사업 우선순위 가려내는 능력부터 키워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