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웃음의 여유

우리는 동그란 노란 원 안에 수평으로 나란히 찍은 검은색 점 두 개와 그 밑에 그은 반달형 선 하나 그은 소위 ‘스마일’ 마크를 기억한다. 이 마크에 그려진 얼굴이 웃고 있다고 해서 ‘스마일리 페이스(smilely face)’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마크는 단순하고 보편적이어서 그 제작자가 누구인지는 분명치 않다. 유력한 설로는 1963년 미국 메사추세츠주에 소재한 한 보험회사가 자사를 알리기 위해서 로고를 만들 그래픽 디자이너 하비 볼(Harvey Ball)을 채용하였다고 한다. 이 디자이너가 만든 것이 스마일 마크였는데 이 보험회사는 덕분에 회사를 성공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 한다. 하지만 하비 볼은 스마일 마크를 만든 댓가로 45불이라는 초라한 돈을 받았다고 해서 또한번 화제가 되었다.

 

사전적으로 보면 웃음은 “정해진 형태에 따라 15개 안면근육이 동시에 수축할 때 발생하는 운동반사”이다. 이 정의 역시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 않나 싶다. 이런 웃음은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상대에 대한 느낌이 상싱적이지 않을 때 발생한다. 굳이 그런 상황과 느낌을 한정하자면 아름답지 못하거나 품위를 지키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감정이 표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베르그송의 견해를 빌리면 웃음은 “사회에 의해 비사회적인 개인에게 가해지는 교정적(矯正的)인 형벌이며 웃음에서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이웃을 모욕하고 결과적으로 교정하려는 공언되지 않은 의도를 발견한다.”고 한다.

 

이런 웃음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풍자와 해학으로 대변되는웃음의 유형들이 적지 않다. 미소(微笑), 대소(大笑), 모소(侮笑), 함소(含笑), 실소(失笑), 고소(苦笑), 망소(妄笑), 냉소(冷笑), 조소(嘲笑), 절소(絶笑), 교소(嬌笑), 염소(艶笑), 비소(非笑) 등등으로 표현하는 웃음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조상들의 웃음이 현대에 와서는 웃음컨설팅, 웃음치료, 펀(fun) 경영, 펀 워크숍, 펀 리더십, 유머코칭, 웃음콘서트, 웃음다이어트 등에서 웃음의 효용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납북어부 최욱일(67)씨가 중국 선양 한국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자 ‘전화번호 어떻게 알았느냐’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지난 해 국군포로였던 장무환씨가 대사관에 도움을 청하자 ‘아, 없어요’하는 대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평소 웃고 살았으면 대답이 이렇게 여유 없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