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3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 2월 15일자로 외환보유고가 2002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경제상황은 정말 그렇게 좋아졌을까. 그리고 모든 국민의 경제가 그렇게 좋게 변화했을까. 그 대답은 ‘아니다!’인 것 같다.
매일 아침 8시 30분 전주 다가동 우체국 앞.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방한복에 도시락 배낭을 짊어진 수많은 아낙네들이 일꾼들을 실으러 오는 차량들을 향해 몸을 달려간다. 하지만 그들중 일부만이 일거리를 구할 수 있다. 그들에겐 임금에 상관없이 일거리를 맞는 것만으로 만사 쾌유다. 선택되지 않은 이들은 무거운 도시락 배낭을 다시 짊어진 채 힘없이 발길을 집으로 돌린다.
이러한 고난을 해결해야 할 자는 누구인가.
옛날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고 했다. 과연 지금도 그런 시대인가. 지금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만 보호해주면 끝나는 야경국가(夜警國家)시대는 아니다. 국민의 안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말하자면 복지국가시대인 것이다. 이를 위한 책임은 정부와 정치에 있다. 그런데 오늘날의 국가와 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제 정치도 소련의 흐루시초프 공산당 서기가 시골 농촌의 사과나무를 보고 그의 사상을 바꾼 것처럼 국민의 밑바닥을 보고 여당도 야당도 당리당략을 떠나야 할 때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없이는 국민의 고통은 영원할 것이다.
/이강녕(전 전라북도 교육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