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칼럼] 상생하는 한 해 됐으면 - 김동건

김동건(전주중부교회 원로목사)

2007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새해가 되면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그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루기 위해 사람들은 새로운 결심과 다짐을 하게 된다. 새해를 기점으로 금연을 결심하기도 하고, 외국어 학원에 수강을 신청하기도 하고,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진다. 공부하는 학생들은 새로운 학습 계획을 세우고, 직장인들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재테크 계획을 세우게 된다. 사회적으로도 여러 가지 변화가 있다.

 

수능시험이 9등급제로 바뀌고, 국립공원입장료도 폐지되었다. 음식점에서 고기의 원산지 표시도 의무화되었다. 또 2007년은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인만큼, 대선예비주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의 중요한 기사거리가 되고 있다. 그래서 연초부터 여론조사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어쨌건 많은 변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변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과 적극적, 능동적으로 변화를 이루어 가는 사람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개인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개인적인 준비야 각 개인별로 환경과 조건이 상이하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지역사회와 민족 공동체의 입장에서는 공통적인 준비사항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선, 우리에게 상생의 철학과 가치관이 준비되어 있느냐의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민족은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상처가 많은 역사를 살아왔다. 그리고 그러한 역사를 거치면서 자연스레 체득된 것이 흑백논리였고, ‘다름’과 ‘틀림’은 동의어로 간주될 수밖에 없었다. 정치권에서의 여당과 야당, 사업현장에서의 노동자와 자본가는 견제와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타도와 배척의 대상으로만 간주되어 왔다. 그래서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의 골을 깊게 하여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사고로는 새로운 시대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없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고자 하는 상생의 철학으로 사고의 전환을 이루어가지 않고서는 새로운 시대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갈 수 없는 것이다.

 

오늘 우리 시대에서 긴급한 과제인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성장과 나눔이 공존해야 하고, 특히 힘과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먼저 약자를 향한 배려와 공존의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정책의 새로운 접근을 통해서 부동산이 치부의 수단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는 인식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치권에서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민을 볼모로 지역을 분할하려는 시도가 생겨날 수 있다. 그러다보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여 국민들을 자기편으로 줄 세우는 편 가르기식 정치가 재현될 수 있다. 그래서 여당과 야당이 물고 뜯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는 여당과 야당이라는 틀을 뛰어넘어 건전한 정책과 대안이라면 함께 뜻을 모을 수 있을만큼 진지한 고민과 토론으로 국민을 감동시키는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적 대립관계인 노사관계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끝없는 줄다리기에서 벗어나, 사회적 협약을 통해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계 내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 대기업노조와 중소기업 노동자간의 빈부격차의 문제 등도 마찬가지로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새해를 향한 결심’이 개인적인 결심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상생의 결심을 한다면, 2007년 한해는 우리 모두에게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 김동건 목사는 장신대를 졸업했으며 63년 이리 신광교회서 첫 목회를 시작, 7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주중부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했다. 현재 전주대 객원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동건(전주중부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