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밤 11시, 전주시 아중지구.
화려한 네온사인 등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유흥가 밀집지역과는 대조적으로 100여m 떨어진 원룸촌 일대는 정적이 가득하다. 행인도 없고 군데군데 있는 가로등 빛은 으슥함을 더할 뿐이다. 이곳이 바로 지난해 동일한 범인에 의해 11건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원룸촌이다.
주민들은 경찰에 접수됐다는 11건은 전체중 일부에 불과하다며 신고를 꺼려하는 사건의 특성을 감안하면 더 많은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카페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1년 사이에 아는 언니 두 명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두 명 다 창피해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룸촌 일대에서 만난 여성들은 “상습적으로 성폭행이 일어나 밤마다 불안감에 떤다”며 “1년여가 넘도록 범인이 활개 치는데 경찰은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경찰에 접수된 11명건은 모두 △피해자들이 원룸에 사는 여성이라는 점과 △170㎝가 조금 넘는 키에 미남형 얼굴의 20대 초반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2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용의자는 문이 잠기지 않은 출입문이나 베란다 등을 통해 침입했으며, 복면을 쓰거나 피해 여성의 얼굴을 이불로 가려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성폭행을 한 뒤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 또 성폭행한 뒤 지문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현장정리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몇몇 피해 여성을 통해 용의자의 몽타주를 작성했고 DNA도 확보했지만 외부공개를 꺼리고 있다. 잠복수사로 범인을 잡겠다는게 경찰의 의지. 그러나 경찰이 사건감추기에 급급해 쉬쉬하는 사이에 숱한 여성들이 성폭행 피해에 노출되고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몽타쥬를 공개하고 정면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민 최모씨(32·여)는 "경찰이 성폭행범 검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범인 검거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의 성폭행 피해자를 막기 위해 몽타주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제보 등으로 사건을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것.
또 으슥한 아중지역 원룸촌의 조명이 용의자의 범행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라 전주시가 가로등 추가 설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높다.
현재 아중지구의 원룸은 670여개. 인근 지구대의 순찰차가 돌고 있지만 힘에 버겁고, 강력팀 1개만으로 범인을 검거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경찰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