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덕에 고객이 부쩍 늘었어요" 한복 디자이너 김혜순씨

한복 디자이너 김혜순 씨는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황진이'를 빛나게 한 숨은 주역이다.

 

극 속에서 기녀들이 입고 나온 화려한 한복은 영상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드라마는 이미 끝났지만 역삼동 작업실에서 만난 김 씨는 여전히 바빴다.

 

"당장 17일 열릴 패션쇼 준비에 정신없어요. 곧 발간될 황진이 의상을 담은 책도 마무리해야 하고요. 방송 덕분인지 한복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네요."

 

목원대와 원광대 한국복식학과 겸임교수이기도 한 김 씨는 "'황진이' 때문인지 올해 학과 지원자들이 급증했다"면서 "사극 덕분에 한복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부쩍 증가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가 드라마 의상 준비 작업에 들어간게 작년 4월이니 9개월간 기녀복에 매달려 지낸 셈이다. 그동안 그는 "정말 미친 듯이 일했다"고 말했다.

 

24년간 한복에 몸담아 온 김 씨는 사실 오래전부터 기녀복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열정을 쏟아왔다. 작년 초에는 기생복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규제가 심했던 문화 속에서 자유분방함을 추구했던 기생은 당시 패션리더였죠.'황진이'에 등장하는 기녀복은 신윤복의 미인도 같은 문헌을 토대로 재현한 18-19세기 전통 복식입니다. 기녀복의 특징은 치마를 접어 올린다는지 하는 독특한 착장법에 있는데 문헌만으로는 부족해 나름대로 상상력도 가미했습니다."

 

드라마를 마친 김 씨는 17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릴 패션쇼 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 씨는 이번 패션쇼에서 드라마에서 선보였던 의상이 아니라 미래 트렌드를 보여줄 한복을 소개할예정이다. 니트 저고리처럼 한복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소재나 색상을 사용한 파격적인 옷도 등장한다.

 

이날 무대에는 류태준, 김영애, 왕빛나 등 드라마 출연진을 비롯, 채시라, 강부자, 김미숙 등 국내 정상급 연기자들이 대거 모델로 등장한다.

 

패션쇼와 함께 드라마 '황진이'의 의상을 담은 책도 발간된다. 이 책에는 드라마에 등장한 기녀복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한국어, 영어, 일어, 불어로 수록된다.

 

조만간 '황진이' 의상 전시회도 열릴 예정이다.

 

'황진이' 여파로 여전히 바쁜 김 씨는 사극 의상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지만 올해 드라마 의상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계획이다.

 

김 씨는 "2003년 저고리에 관한 책을 썼는데 내년에는 도포에 대한 책을 내놓고전시회도 열 예정"이라며 "올해에는 이 작업에 몰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