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치단체, 공사업무 포기할 셈인가

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이 10억원 미만의 소규모 시설공사까지 조달청에 의뢰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이를 두고 도내 업계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도내 자치단체에서 조달청에 발주 의뢰한 10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는 156건으로 2005년의 101건에 비해 50% 이상 급증했다. 앞으로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 문제는 양면성을 가진다. 하나는 자치단체의 입장이다. 조달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달청이 시설공사의 입찰이나 계약업무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는 ‘부정의 유혹’에서 손을 뺄 수 있고, 업무도 그 만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업계의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조달청에 맡기는 것이 예산절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업계가 시가를 반영한 정부의 물가정보를 토대로 품셈을 적용하는데 반해 조달청은 일방적으로 시장조사를 해서 나온 가격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사비를 낮춰 외형상 예산절감이 되는 것 같지만 실제는 부실공사로 이어져 결국 주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자치단체들이 설계금액을 바탕으로 공사가격을 책정하는데 비해 조달청은 설계원가 계산을 재검토해 공사기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지난해 자치단체 공사비 예산을 평균 6% 가량 절감한 바 있다.

 

어느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다만 자치단체가 부정의 소지를 없앤다고 해서 소규모 공사까지 조달청에 맡기게 되면 자치단체의 업무가 위축되고 종국에는 이 분야의 기능이 상실된다는 점이다. 또 조달청이라고 만능일 수는 없다. 그렇지 않으리라고 믿긴 하지만 조달행정의 비리 역시 간간이 터져나오는 게 현실이 아닌가. 나아가 조달청에 맡기지 않는 다른 공사에 대한 신뢰성도 의심받을 수 있다.

 

자치단체는 규모가 크거나 기술적인 전문성을 요하는 공사에 대해서는 조달청에 의뢰하되, 그렇지 않을 경우 정실개입의 소지를 차단하면서 자체 역량을 배양·보유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자치단체장들은 선거를 의식, 원천적으로 말썽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조달청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골치 아프다고 해서 놓아 버리는 것은 직무를 방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역실정에 맞는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