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 전북인, 요즘 어떻게] 24년째 CEO 진기록

전주출신 김우황 제일화재보험 부회장

전북 출신 중에 ‘직업이 국무총리’인 인사가 고 건 전 총리이고 ‘직업이 장관’인 관료가 진념 전 장관이라면 ‘직업이 사장’으로 불리우는 전문경영인이 있다.

 

제일화재보험 김우황(67. 전주) 부회장이 그 주인공.

 

김 부회장은 지난 84년 내쇼날 푸라스틱 대표를 시작으로 호남식품 사장을 거쳐 지난 2001년부터 제일화재 대표로 취임해 현재까지 24년째 CEO로 일하는 진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CEO로서 장수하는 배경에는 몇가지 독특한 철학과 습관이 있다.

 

그는 전문경영인이 가진 권한은 10% 뿐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모든 의사결정은 참모와 직원들에게 맡긴다. 그래서인지 김 부회장은 자신을 ‘무능한 경영자’로 분류했다. 경영자가 너무 똑똑하면 독선이 강해 폐해가 생기지만 오히려 무능한 경영인은 판단을 참모에게 맡김으로써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는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하는 일이 없다.

 

그는 서울을 비롯, 부산, 대전 등에 아파트를 사들여 인사이동에 따른 직원들의 주거난을 해소해주는 자상한 경영인이지만 오너 눈치를 보지 않는 소신형 CEO이기도 하다.

 

그런 그의 경영 철학은 지난 2001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개선요구를 받은 제일화재를 부임하자마자 1년만에 흑자로 전환시키고 현재 이익율 업계 5위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같은 공로로 그는 지난해 한국경영사학회가 주는 ‘올해의 CEO 대상’도 받았다.

 

약속 지키는 일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김 부회장은 ‘메모광’으로도 소문이 나있다. 50여년간 메모장이 그의 손을 떠난 일이 없을 정도다.

 

지난 78년 대한항공 여객기가 소련의 무르만스크에 동체 착륙할 때 승객이었던 그가 꼼꼼히 기록했던 당시 상황의 메모가 언론사에 전해져 사건을 재구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던 일화도 있다.

 

실제 그가 보여준 수첩에는 2008년 1/4분기 일정까지 빽빽히 적혀있었고 각종 아이디어도 남겨져 있었다.

 

금융회사 CEO로서는 드물게 임기 3연임을 기록한 그는 “2010년 매출 1조천억원, 자산 2조5천억원, 지급여력비율 200% 이상 확보로 ‘고객만족지수 1위 회사’” 목표를 밝힌 뒤 본보를 매일 구독한다며 고향 이야기로 말문을 돌렸다.

 

방폐장이 무산되었을 때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애향심이 강한 김 부회장은 “이제 새만금을 잘 활용해야 전북의 미래가 열린다”며 “환경도 중요하지만 질서있는 개발이 더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자동차 보험 CEO답게 교통사고율과 입원환자 비율이 높은 전북의 불명예가 빨리 극복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만 48년간의 서울생활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했던 그가 “말년을 전주에서 살겠다”며 도민들에게 새해인사를 전했지만 ‘직업이 사장’인 그를 서울이 쉽게 놓아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