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으로 유명한 전북은 이제 ‘지식 비빔밥’에서 그 미래를 찾아야 한다”
남원 출신으로 2002년부터 국내 최대 서점기업인 교보문고의 CEO로 재직중인 권경현(56) 사장은 지식사회와 창조사회를 맞아 전북발전의 화두를 ‘융복합지식’에서 찾으라고 제안했다. 융복합지식은 엘빈 토플러가 자신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강조했던 키워드이자 지식비빔밥의 다른 말이다.
전주고와 서울대를 나와 73년 교보생명에 입사해 교보증권 상무와 교보생명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친 그가 분야가 다른 서점업계의 경영인이 된 배경에는 남다른 독서 습관과 책에 대한 정열이 있다.
한달에 평균 10권, 일년에 1백여 권의 책을 읽는 그는 매달 두차례씩 독서 모임을 갖는 ‘미래창조독서토론회’의 회장이기도 하다. 이 모임에는 각계 CEO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미래 트랜드와 관련된 신간들을 소화해 낸다.
오늘날의 서점을 ‘지식놀이공원’을 규정한 권 사장은 “지식에 대한 열망과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사람들이 모여 책을 고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책방”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의 교보문고가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도 그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사장으로 왔을 당시 단순한 도서유통업 기능만 했던 교보문고를 ‘독서진흥업’으로 업그레이드한 그는 ‘Better books, Better people, Better world’(좋은 책이 좋은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들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를 기치로 신경영전략을 폈다.
이를 위해 그는 책읽는 가정 만들기, 책읽는 기업 만들기, 책읽는 군대 만들기, 책읽는 학교만들기 사업 등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권 사장은 사실상 서점CEO 보다는 문화사업가에 가깝다.
이익창출보다 ‘책읽는 국민, 학습하는 사회’를 경영목표로 삼은 교보문고가 작년까지 ‘고객만족도 연속 10년 1위’, ‘서비스 품질지수 5년 연속 1위’, ‘브랜드 파워 4년 연속 1위’를 수상한 일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
그에게 지역과 계층간 일상화된 갈등 해소 방법을 묻자 미국 시카고의 예를 들었다. 주민간 흑백 갈등이 있었을 때 시카고의 모든 주민에게 ‘앵무새 죽이기’라는 책을 읽도록 해 갈등을 해소했다는 일화다. 이름하여 ‘One city One book(1도시 1책)’으로 집단간 합의 도출 성공사례다.
그의 말에 힌트를 얻어 “고향에서 ‘책읽는 지자체 만들기’ 사업을 펼칠 생각이 없느냐”고 하자 “단체장의 전폭적인 관심이 있다면 착수 할 생각이다”고 화답했다. 그는 “힘이 있을 때 고향을 챙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택 거실을 서재로 바꾸고 집무실 벽이 책장으로 둘러쌓인 독서광 권 사장은 도민들에게 “국민 독서력이 국가 경쟁력”이라며 새해인사를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