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자동차 전용도로인 아우토반(Autobahn)은 운전자들에게 ‘무제한 질주’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속도제한을 두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관심이다. 속도를 제한하면 길죽음(road kill)과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독일 전역을 카바하는 아우토반은 총연장 1만1000㎞로, 약 1/3은 속도제한이 있고 나머지는 시속 130㎞의 권장속도만 있다. 따라서 전체의 2/3에 해당하는 도로에서는 규제를 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낼 수 있다.
환경단체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독일연방 환경부도 최고속도 규제방안를 지지하고 나섰다. 시속 120㎞의 속도제한을 둘 경우 동물들의 길죽음 방지는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0%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교통부와 자동차업계는 ‘곧게 뻗은 도로에 속도제한을 하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자동차에 치어 숨져있는 동물들의 사체를 흔히 보게 된다. 처절한 모습에 고개가 절로 돌아간다. 그러나 동물들의 길죽음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도로공사 집계에 따르면 전국 고속도로에서 차량과의 충돌로 죽은 동물의 수는 2001년 429마리에서 2005년 3241마리로 폭증했다. 하루 평균 8.9마리가 죽은 셈이다. 죽은 동물은 고라니가 54.9%인 1779마리로 가장 많았고 너구리가 27%인 876마리, 멧토끼가 11.3%인 366마리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건설교통부에서 지침을 마련했다. 올부터 시행되는 이 지침에 의하면 개구리·뱀 등 양서파충류는 도로가의 동물보호 울타리에서 30㎝ 높이까지,
족제비·너구리 등 소형동물은 높이 1m까지 격자망을 치도록 했다. 또 멧토끼·오소리 등 땅을 파는 습성을 지닌 동물에 대비해 울타리 밑에 깊이 20㎝ 이상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묻고, 멧돼지·삵 등 출몰지역에는 울타리 높이를 1.5m, 사슴·고라니가 많은 지역은 2.5m까지 높여 설치토록 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침이 큰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전국 48곳에 설치한 생태통로 가운데 무작위 6곳을 조사한 결과 5곳이 엉터리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생태통로 설치와 운전자들의 과속 자제가 야생동물의 길죽음을 방지하는 첩경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