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도둑이 나타나면 짖어야 할 개가 짖지 않았을 때에는 필히 이유가 있다. 아양이나 떨며 비위를 맞춰주는 애완견에게 정신이 팔려 주인이 밥을 제대로 주지 않았거나 먹고 잠만 자는 개를 우대했기 때문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짖는 개’가 시끄럽다고 주인이 분명 입을 틀어막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어떤 조직에도 이처럼 ‘짖는 개’와 ‘애완견’이 따로 존재하며 공생하고 있다. 그러나 평상시 온갖 재롱을 피워 주인에게 적잖은 즐거움을 주는 애완견 보다 우리에게 정작 요구되는것은 도둑이 들었을때 위기를 알려줄수 있는 짖는개가 보다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짖는 개’를 버려두고 타성(惰性)대로 애완견만 끼고 돌았다면 분명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음을 깊히 명심해야 한다.
정해년 새해가 밝은지 어언 한달이 다가오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연례행사지만 각 기관과 단체, 기업들은 이맘때면 정기 인사에 들어간다.
새해를 맞아 조직 쇄신을 꾀한다는 명목아래 나름대로의 특성에 맞는 새 인물들을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익산지역의 상당수 기관과 단체들도 이같은 인사철을 맞아 새로운 얼굴들로 자리바꿈이 되었다. 이들로부터 지역 사회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다부진 취임 각오들을 듣고 보니 올해는 익산이 무언가 힘찬 태동을 할것같은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매년 되풀이 되어 거는 기대감이지만 제발 올해만큼은 그들의 각오가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지역 발전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길 다시한번 간절히 바라며 그들에게 몇마디를 던지고 싶다.
요즘 익산시민들은 지역 경기 침체에 대해 커다란 위기감을 갖고 있다. 기까운 전주와 군산지역만해도 잇단 기업유치등의 희소식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반해 익산에서는 크게 기대를 걸만한 어떤 소식도 없이 오랜 침묵만을 계속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따라서 지역민들의 정서에는 전반적으로 커다란 위기 의식이 깔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 모두의 책임인것 같은데 큰 문제는 위기를 벗어나려는 의욕마저 찾아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다.
위기의식 부재는 타성에서 나온다. 타성은 정작 위기인데도 위기인 줄 모르게 한다는게 더욱 큰 병이다. 에스키모들은 늑대사냥을 할 때 차가운 얼음 위에 날이 시퍼렇게 선 칼날을 위로 향하게 꽂아둔다. 그 칼날에다 피까지 묻혀 둔다.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늑대들은 칼날에 묻은 피를 핥으면서 날이 선 칼날에 혓바닥을 베이지만 차가운 냉기에 혀가 마비돼 자신의 혓바닥이 칼날에 베이고 피가 나는지도 모른다. 계속 칼날의 피를 핥고, 그 피가 자신의 피라는 것도 모른 채 서서히 죽어 가는 것이다.
안일함에서 이어지는 타성은 이처럼 자신과 조직은 물론 지역사회를 죽이는 무서운 병이다는것을 일깨워주는 에스키모인들의 늑대 사냥 얘기다. 지역 사회 모두에게 전하는 깊은 의미의 얘기 한토막인것 같다.
아울러 지역 사회 발전에 앞서겠다고 다짐하는 새얼굴들은 자신의 조직과 기구를 다시한번 되짚어본후 현실에 안주하는 애완견을 내치고 변화와 혁신을 외치는 ‘짖는 개’를 살려내 취임 소감에 앞서 밝힌 지역 발전을 위한 밑거름 다짐을 반드시 실천해 보여주길 다시한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