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선장'과 철새'의 탈당

조동식 기자(정치부)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 천정배 의원이 28일 탈당을 선언했다.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으로 당은 해체 위기다.

 

탄핵돌풍 속에서 거대여당으로 탄생한 우리당이 창당한지 불과 3년여 만에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정당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창당해 100년 정당을 꿈꾸던 외침도 이젠 아득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

 

실제 우리당은 창당 때 표방했던 정당개혁도 스스로 허물어 뜨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정당개혁 시도로 꼽혔던 기간당원제와 중앙위원 제도의 존립이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원내대표가 행사하던 당 정책위 의장 임명권을 당 의장이 원내대표와 협의해 임명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창당 당시의 ‘깃발’이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일부에서는 우리당의 현 상황을 침몰하는 배로 비유하고 있다. 명분을 만들어 기회만 되면 뛰어 내리려는 우리당 의원들을 보면 적절한 비유인 것 같다.

 

‘철새’란 낯익은 용어도 다시 등장했다. 침몰 위기에 처한 우리당을 탈출해 다른 당에 새 둥지를 틀려는 의원들을 두고 나온 말이다. ‘철새’란 용어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인다. 이들이 마음에 두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서 반기는 기색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정당사에서 창당과 해체가 한 두번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당의 경우는 좀 달라 보인다. 창당 주역으로 집권여당의 기득권을 누릴만큼 누렸다고 할 만한 의원들이, 또 침몰하는 배의 ‘선장’이라고 할만한 지도자들이 탈당에 앞장서는 것은 다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혹시 대통합신당 추진이라는 명분 아래, 대권욕이나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소아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되묻고 싶다. 침몰하는 배에서 먼저 뛰어 내리려는 ‘선장’과 새 둥지를 찾아 떠나려는 ‘철새’들이 어떤 ‘깃발’ 아래 다시 모여 대통합과 개혁을 얘기할 것인지, 유권자들은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