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돌풍 속에서 거대여당으로 탄생한 우리당이 창당한지 불과 3년여 만에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정당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창당해 100년 정당을 꿈꾸던 외침도 이젠 아득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
실제 우리당은 창당 때 표방했던 정당개혁도 스스로 허물어 뜨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정당개혁 시도로 꼽혔던 기간당원제와 중앙위원 제도의 존립이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원내대표가 행사하던 당 정책위 의장 임명권을 당 의장이 원내대표와 협의해 임명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창당 당시의 ‘깃발’이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일부에서는 우리당의 현 상황을 침몰하는 배로 비유하고 있다. 명분을 만들어 기회만 되면 뛰어 내리려는 우리당 의원들을 보면 적절한 비유인 것 같다.
‘철새’란 낯익은 용어도 다시 등장했다. 침몰 위기에 처한 우리당을 탈출해 다른 당에 새 둥지를 틀려는 의원들을 두고 나온 말이다. ‘철새’란 용어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인다. 이들이 마음에 두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서 반기는 기색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정당사에서 창당과 해체가 한 두번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당의 경우는 좀 달라 보인다. 창당 주역으로 집권여당의 기득권을 누릴만큼 누렸다고 할 만한 의원들이, 또 침몰하는 배의 ‘선장’이라고 할만한 지도자들이 탈당에 앞장서는 것은 다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혹시 대통합신당 추진이라는 명분 아래, 대권욕이나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소아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되묻고 싶다. 침몰하는 배에서 먼저 뛰어 내리려는 ‘선장’과 새 둥지를 찾아 떠나려는 ‘철새’들이 어떤 ‘깃발’ 아래 다시 모여 대통합과 개혁을 얘기할 것인지, 유권자들은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