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완주군 신체장애인 협회 사무국장으로서 얼마 전 몸이 불편한 신체장애 가족 어르신을 모시고 ‘편하고 빠르다’는 고속철을 타고 서울에 병원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시간은 고속버스와 별반 다를 게 없었고 오히려 돈만 더 들어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도대체 고속철이 누구를 위한 편의시설입니까? 그럴 바엔 왜 만들었습니까? 차라리 익산 역으로 통하는 사업비로 지금 시작하려고 하는 천안~논산 4차선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입니다.
본인의 거주지인 완주에서 전주 시가지를 빠져나가 김제, 그리고 다시 익산 도심을 거쳐 익산 역에 도달하니 벌써 1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게다가 주차장은 마땅치 않아 빙빙 돌았습니다. 주차비 한 푼이라도 절약하고자 할 수없이 근처 골목길을 찾았습니다. 겨우 주차를 끝냈으나 역 구내까지 지체부자유한 어르신을 업고 역 구내까지 진입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전주발 서울 터미널 고속버스 보다 1시간 이상 고속철이 단축돼 좋았지만 현재의 익산 역까지 오느라 길바닥에 뿌린 시간과 수고를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더 손해인 것 같습니다.
비단 이런 불편과 손해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가장 인구가 많은 전주 사람들 뿐 아니라 무주, 진안, 장수, 임실, 남원, 순창 지역 이른바 동부 산악권 주민들에게는 익산역 고속철은 그림의 떡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낙후 탈피’, ‘지역간 균형발전’ 구호만 거창했지 이런 중요한 문제를 신경 쓰지 않고는 한낱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곧 들어설 전북의 중심 완주 이서의 혁신도시 거주민과 관공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불편과 불이익을 영원히 감수하면서 살아야할 것입니다.
익산 고속철이 생기면서 전북에서는 종전 보다 철도 이용객이 줄었다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천문학적 사업비가 들어간 이 사업이 이처럼 부정적 효과를 낸다면 그것은 두고두고 땅을 치고 후회할 치명적인 실책일 것입니다. 관계자에 대한 문책과 원인과 대책을 진단해야 할 일입니다.
전북도는 백년대계 차원에서 정차역의 입지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과거 호남선 선형과 역사를 제대로 유치하지 못해 오늘날 전북이 대전 충남 보다 못한 낙후지역으로 전락했다는 역사적인 교훈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전북을 통과하는 고속철은 분명 2백만 도민의 것입니다. 도민 모두에게 빠른 시간 내에 쉽게 접근하고, 쉽게 탈 수 있는 지점에 정차역이 들어서야 할 것입니다. 특정 지역사람만의, 특정지역 사람들만을 위한 고속철이 돼서는 절대 안 됩니다.
도내 어디서든 1시간 내 맘껏 달려 와 넓은 곳에 자유롭게 주차하고, 쇼핑도 하면서, 놀이도 즐기면서 고속철 타고 훌훌 떠나는 전북을 상상만 해도 즐겁고 자부심이 주어지는 일입니다. 특히 전북도민의 미래의 희망사업인 새만금사업과 고속철이 연계성을 가져야합니다. 뿐만 아니라 익산 지역의 대다수의 지식인들도 고속철 익산역사는 재고되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전북도청과 도의회가 중심이 되어 토론을 가져야합니다. 어느 지점이 가장 시간성, 접근성, 편리성, 환차성에 유리한 가를 따져 선정해야 합니다.
/이희창(전라북도 완주군 신체장애인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