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재래시장 특성화

열흘만 지나면 민족 최대 명절의 하나인 설이다. 설이나 추석을 앞두고 신문에는 명절 스케치 사진이 실린다. 으례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사진을 나란히 실어 대비한다. 대형마트는 붐비는 반면 재래시장은 썰렁하다. 재래시장의 쇠퇴를 사진 한 컷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요즘처럼 대형마트가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자리잡기 이전만해도 우리나라의 도·소매 거래는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도시지역은 상설시장이, 농촌지역은 5일시장이 그 기능을 담당했다. 게다가 시장에는 사람사는 냄새와 정(情)이 있었다. 흥정이 있고, 에누리는 당연했으며, 흥정이 끝나면 조금 더 얹어주는 덤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부터 밀어닥친 대형마트라는 거대자본의 위력앞에 재래시장은 도저히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한 장소에서 일괄구매를 할 수 있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면서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이 갈수록 줄어든 것이다. 말품을 팔아야 얻을 수 있는 에누리나 덤 따위는 관심권 밖의 일이 돼버렸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행정당국도 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장옥등 건물을 리모델링 하고, 주차장·소방시설 확충등 시설 현대화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재래시장 상품권을 발행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힘썼다. 하지만 이같은 하드웨어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소비자를 유인할 요인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엊그제 전북 소상공인 지원센터가 도내 재래시장에 관광개념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관심을 끈다. 한때 호남지역 최대 시장이였던 전주 남부시장을 인접한 교동 한옥마을과 연계시켜 서울의 인사동 처럼 전통문화거리로 조성해 관광상품화 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주중앙시장은 의류·신발등을 판매하는 시장으로 특성화시키는 한편 패션쇼와 같은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볼거리를 제공하자는 제안도 했다. 엊그제는 순창읍 5일시장에 전통순대촌을 조성해 관광상품화 하기로 했다는 현지 소식도 있었다.

 

소비자가 시장을 찾지 않고서는 활성화는 공염불에 그칠 따름이다. 특정한 살거리를 비롯 볼거리, 먹을거리를 갖춰 소비자를 끌어모아야 한다. 그 시장에 가야만 어떤 물건을 살 수 있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특성화될 때 재래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