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노래하셨지요.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온다. 그랬지요.
봄이 오는 그 길목이 너무 깊고 아득해서 헛발 디디는 것이 비단 동백과 보리뿐이었겠어요. 오래 전에 손 맞잡다 놓친 그와 나 사이의 시들해진 사랑도 춥고 외로운 시간을 건너오고 나면 도탑고 도타워지겠지요.
창밖의 춘백과 매화의 시린 눈매 어디쯤을 거두어야 봄보다 먼저 그 사랑이 아슴찮게 손을 내밀까요.
날마다 한 무릎씩 무너지면서도 기다림이 있어서 웃자란 내 사랑, 한 구절을 이렇게 전하며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바라볼 수 없어도 좋았던 내 가난함은 이제 조약돌처럼 키를 낮추려합니다. 그리고 봄인 듯 기다리겠습니다.
이 기다림만으로도 올 봄은 내내 행복할 것입니다.
/심옥남(시인·진성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