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람] '등록금' 애타는 마흔살 장애여성 배움 열정

한일장신대 합격..."희망이 있으면 이루어져요"

새누장애인야간학교에서 왼쪽부터 송효천씨(28·서서학동), 여현경씨(26·상관면), 윤숙경씨(40·풍남동), 강현석 교장(41·인후동), 황호장씨(37·금암동). (desk@jjan.kr)

직장을 갖고 싶었으나 졸업장과 장애로 늘 좌절했던 마흔살 여성장애인이 대학에 합격했다. 올해 한일장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한 윤숙경씨(40·풍남동).

 

지난해 고입과 대입검정고시를 함께 통과하고 다시 얻은 결실이다.

 

"재작년 9월에 ‘새로운 누리 장애인 야간학교’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작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사회 활동에 참여해 생활 기반을 스스로 닦고 싶었습니다.”

 

정식인가를 받지 못한 야간학교지만 중학교를 중퇴한지 꼭 25년만에 다시 들어간 ‘학교’에서 그는 대학 진학의 꿈을 키웠다.

 

윤씨는 뇌병변 1급 장애인이다. 언어에 장애가 있으니 말하기가 어렵고, 한마디 말을 하는것이 글쓰기보다 몇 배의 시간이 더 걸렸다.

 

학교생활은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공부를 다시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행히 부모님이 윤씨의 집 근처로 이사를 와 문제가 해결됐다.

 

"어렸을 때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을때의 아픔이 떠올랐어요. 장애인이라는 차별과 다른 아이들의 편견이 싫어서 그만뒀는데..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잖아요. 제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다시 힘을 나게 했죠."

 

지난해 4월, 고입검정고시를 치를때 이 학교 강현석교장(41·인후동)은 한번에 합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너무 오랫동안 책을 놓고 있었던데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집에 가야하는 윤씨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씨는 야간학교 동창 6명과 나란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내친김에 8월, 대입검정고시에 도전했다. 넉달동안의 준비기간 밖에 없었지만 역시 합격의 기쁨을 안았다. 그는 '새누장애인야간학교'에서 유일한 대입검정고시 합격생이 됐다. 동기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당당히 대학에 입학할 자격을 얻은 순간이었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한일장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해 올해 초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1년만에 그가 늘 소망해오던 꿈을 이루어내는 큰 기쁨을 안았지만 그는 다시 큰 어려움을 맞았다. 기초수급대상자인 형편에 대학 등록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등록기간을 유예 받아 사방팔방으로 방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합격을 누구보다도 축하해주었던 동료들은 더 가슴이 탄다.

 

“여기서 포기할수는 없죠. 사회단체들에 장학금을 신청해놓고 있으니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꼭 이루어진다’고 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