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갈고 닦지 않고 빛나는 것 없다는 그 대목에서 숨이 멈추고

김미림(시인. 전주기전대 겸임 교수)

추운 겨울날 건강 하신지요.

 

몸은 늘 바쁘다는 핑계로 멀리 그러나 마음은 항상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께서 계시는 고향에 가득히 가 있는 큰딸입니다.

 

오늘 박완서 선생님의 ‘보시니 참 좋았다’라는 글을 읽었는데 갈고 닦지 않고 빛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는 대목에서 숨이 멈추어 졌습니다.

 

불타는 듯 한 루비의 매혹적인 붉음도, 애수와 숨결을 같이 갖춘 사파이어의 투명한 청색도, 사람의 혼백까지 삼켜 버릴 듯 한 에메랄드의 심연처럼 깊은 녹색도, 모두 우수한 연마사의 뛰어난 솜시를 거친 후에 비로소 사람들의 눈에 그렇게 비치게 된 것이라 합니다.

 

항상 두 분께서 철없이 구는 제게 해주셨던 말씀들과 다름이 없는 글이었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적당한 것에는 빛남이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아주 작은 찰나일지라도 몰입 후에 오는 빛이 바로 성취임을 알았다고나 할까요.

 

저마다 꿈꾸는 것들에 대하여 적당하게 해서는 그 꿈의 주인이 될 수 없음도 이제는 압니다. 아주 작은 꿈에 관한 일일지라도 전심으로 소망해야 오는 기쁨이 바로 행복인 것을 알았다고나 할까요. 오늘 문득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연마에 의해 지금의 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하여 두 분의 그 가없는 사랑의 감로수에 의하여 불혹을 넘기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넘치게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소서.

 

/김미림(시인. 전주기전대 겸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