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포에 파도가 잔잔하면 제주도 바닷길도 별일 없겠지요? 뱃길에 어머님이 멀미를 하지 않으실까 걱정이 되네요. 아버님께 잘게 다진 새고막국을 드리고 나서 하늘을 보니 맑게 개어 있습니다. 지난 밤엔 눈발이 무섭게 퍼붓던 하늘이었습니다만, 유난히 어제와 오늘 선생님 생각이 난 것은 선생님도 불편하신 어머님 곁에 머물고 계시기 때문일까요? 서울과 장산포, 아주 먼 길이지만 효심 가득한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멀지 않은 길일 거라고 믿습니다.
부모님과 같이 생활하지 않으르모 하여 오는 문제들을 직접 겪어보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는 가끔 어머님이 자리를 비우실 때나 동생이 대신할 수 없을 때에 나녀가지만 보호를 받아야 하실 어머님이 혼자서 아버님을 지키게 하는 못난 딸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연의 섭리 앞에서 발만 구르며 제발 숨만 편히 쉬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다행히 진전을 보이시어 혼자 식사를 하시는 아버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저 고맙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대로 일어나 다시 우리 집에 오시기를 소망합니다. 아까 출발하신 윤기영 선생님은 잘 만나셨겠지요? 오랜만에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겠습니다. 장산포 소식 가득 싸서 보내주십시오.
/윤현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