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에 옛친구가 다니러 온다하니 갑자기 할 일이 왜그리 많던지 갈끔한건 좋아하는 너이기에 구석구석 청소에 이불빨래 고슬하게 해두고 새 김치 깍두기 미리 담가서 적당히 맛들여 두었었다.
그리고는 틈틈이 밭에나가 언 땅에서 냉이 캐오고 도라지 다듬고, 묵은 나물 삶아 찬거리 준비하랴 동당 거리는 사이 삭풍이 내 몸속으로 들어와, 막상 네가 도착했던 날은 덜컥 감기가 들었지 뭐니.
그 바람에 너는 설거지만 잔뜩 하고 간것 같아 미안하구나.
산골 살이 십수년을 넘긴 요즘에는 냇가의 물소리가 들리지 않고 밤마다 별은 빛나겠지만 당연하거니, 숲의 변화에도 그러려니하는 담담한 마음이었다.
네가 와서, ‘어쩜 별도 많고 달도 밝다’좋아라 하고, 눈 녹은 냇물이 맑기도 하다고 감탄 할때에서야 새삼 입춘 지난 숲속의 마른 나뭇가지 끝 색깔이 어제와 다름을 느꼈었다.
우리 한창 젊었던 좋은 시절에 ‘나이들면 모여 살자’ 했던거 기억하지? 그때 장소는 정하지 않았었잖아 이 산골이라면 어때?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에 쉽진 않겠지만 네 마음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자주 내려오기라도하렴, 어쩌다 한번씩 만나는것은 너무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게될지 알수 없잖아.
친구야, 바람이 차구나 곧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며 건강하게 지내기 바란다.
/남궁선순(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