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인터넷 자주독립

지난 달 1월 31일 국내에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 비스타’가 출시되었다. 그리고 이 달 16일에는 권오규 경제 부총리가 주재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윈도비스타 출시에 따른 대응방안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아마도 일 개 상품에 대해서 부총리가 주재하는 회의까지 열린 일이 이제껏 있었던가 싶다.

 

윈도 비스타는 모두 알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만든 개인용 컴퓨터 운영체제이다. 문제는 운영체제 관련 일 개 제품의 출시로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사용하던 컴퓨터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되었다는 데 있다. 그 핵심은 그동안 사용되고 있었던 ‘액티브엑스(ActiveX)’라는 기술에 있다. 이 기술은 이 새로운 운영체제에서 보안상의 문제로 사용의 제약을 받아 그동안 이 기술을 활용해 왔던 인터넷 업계와 사용자 환경이 당장에 바뀌어야 하는 형편에 처해 있다.

 

일개 사업자의 제품에 따라 나라 전체가 곤경에 처하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IT강국이라는 나라에서 말이다. 이런 상황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웹표준도 아닌 액티브엑스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브라우저의 결합이라는 독점적인 환경에서만 구동되는데 이를 알면서도 사용한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제품만을 사용한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물론 정부의 책임인지 사용자의 책임지는 우리끼리 다시 따져야 할 문제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일반적으로 상품은 경쟁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자동차만 해도 여러 회사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이들 회사의 제품 중에서 본인의 형편과 기호에 따라 구매를 결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인터넷 환경에서 이런 경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로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와 인터넷 환경만이 통용되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어 와서 소비자인 인터넷 사용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늦기는 했지만 ‘윈도우 비스타 출시의 파급효과와 대응방안’이라는 정부의 대책이 마련된 모양이다. 그동안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 ‘아래아 한글’이 그리고 백신 시장에서 ‘V3’ 제품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쟁상대로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제 걸음마 단계이긴 해도 이번 대책이 인터넷 자주독립의 기폭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