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람] 조선족 이주 3년차 김소연씨의 설날

"명절·제사 부담 커도 남편사랑에 즐거워요"...

중국의 연변을 떠나 낯선 한국의 남편을 만난 것이 지난 2005년 1월 2일. 새해가 밝자마자 서둘러 시작한 결혼생활은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든다.

 

조선족 출신 이주여성으로 전주에 보금자리를 튼 김소연씨(32)는 30년간 중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시작한 한국생활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한국말을 잘해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고 남편 역시 그녀를 무척 사랑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국 아닌 이국인 한국에서의 생활이 즐거운 것은 그녀의 부모와 남동생 역시 한국에 살고 있어서다.

 

결혼 당시 남편의 배려로 가족 모두가 방문비자를 통해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부모는 현재 아는 분의 도움으로 전주시내에 소일거리를 하며 살고 있다.

 

거의 매일 부모를 볼 수 있어 좋은 것은 김씨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남편이 더 좋아한다. 사위사랑은 장모사랑이라는 말처럼 어머니 강세복씨(62)의 사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기 때문.

 

지난 17일 이주여성한마당이 열린 한옥생활체험관에는 모녀가 나란히 손을 잡고 참가했다.

 

김씨는 “요즘은 남편이 어머니에게 더 정을 많이 쏟아 은근히 걱정”이라고 어머니를 힐끗 보며 웃었다.

 

부모가 함께 있고 남편의 사랑이 크지만 낯선 한국문화에 대한 적응이 쉽지만은 않다.

 

“중국은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 동안만 산소를 찾으며 간단한 제사상을 차리는데, 한국은 몇 대 조상까지 매년 성대한 제사까지 차리니까 너무 복잡하고 힘들어요.”

 

한국의 맏며느리들이 짊어진 제사와 명절에 대한 부담이 김씨에게는 더 크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새해를 맞는 김씨의 소망은 두 가지다. 방문비자 만료로 조만간 출국해야 하는 부모와 남동생이 하루빨리 전주에 다시 오는 것과 남편 닮은 아들을 낳는 것.

 

김씨는 “너무 친절한 한국 사람들을 보면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남편과 함께 평생 예쁜 가정 꾸려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