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연구에 큰 영향을 끼친 반계 유형원 선생이 학문을 연구하던 부안군 보안면 우동리 유적지가 관리가 제대로 안된채 방치되고 있다.
20일, 반계서당이라 적혀있는 표지판을 따라 산길을 오르자 지난해 수해로 인해 곳곳이 파이고 도로형태가 무너져 내린 계곡형태의 길이 눈에 들어온다.
원래는 차량이 다닐 수 있었지만 현재는 걷기도 힘든 길을 따라 도착한 유적지 입구 마당에는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바닥을 적셔 질퍽거리고 50cm이상 자란 잡초들이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또 예전에 연꽃이 자랐다는 입구 한 켠의 연못은 나뭇가지와 풀들이 물속을 채우고 있고 바로 옆에 심어진 나무는 가지가 부러진 채 매달려 있다.
유적지내 한옥구조의 건물은 외형적으로는 관리가 잘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제기들이 희뿌연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있다.
병풍도 곳곳이 찢겨져 속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신문지가 밖으로 드러난 채 한쪽에 접혀 있었으며, 마룻바닥의 한 쪽은 성인의 발이 그대로 빠질 정도의 크기로 구멍이 뚫려있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마루에는 새들의 분비물이 곳곳에 떨어져 갈색의 마루를 흰색으로 바꿔놓았고 천정에는 지금은 살지 않는 듯한 성인의 머리 크기만한 벌집이 있으며, 벽에는 각종 낙서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던 안뜰의 샘은 관리가 전혀 안돼 우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채 오수가 담겨 있으며, 주변에는 버려진 빗자루와 각종 오물이 쌓여있다.
마을 입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장재윤씨(81)는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끊긴 상태”라며 “유적지로 올라가는 길도 험하고 막상 유적지에 가 봤자 마땅히 구경할 게 없어 오는 사람마다 실망하고 돌아간다”고 전했다.
부안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지역 내에 문화재가 많아 일용직이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청소도 하고 관리를 하지만 미흡한 것 같다”며 “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고 예산을 신청해 유적지로 오르는 길 등이 시급하게 복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