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 전북인, 요즘 어떻게] (주)동서 박현기 사장

커피전쟁 승리 마케팅귀재...사람경영론·고향사랑 실천

지난 1975년 ‘아폴로 보온병 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한 뒤 포장제품 제조업을 기반으로 식품과 식자재 유통업, 해외 영업, 구매 대행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온 주식회사 동서.

 

외형보다는 내실경영을 추구하고 건전한 재무구조와 경영의 투명성을 실현하려는 미국계 회사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주)동서의 CEO는 다름아닌 남원 출신 박현기(65) 사장이다.

 

지난 70년 동서식품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박 사장은 동서식품 부사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2004년 (주)동서의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르면서 셀러리맨 성공 신화의 한 장을 장식한 인물이다.

 

성균관대를 졸업한 그는 당시 국민은행에도 동시 합격했다. 예나 지금이나 ‘잘 나가는’ 금융인의 길을 버리고 동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문화산업이 발달하고 세계화가 진행되면 동서식품이 빛을 볼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해 지금의 길을 선택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동종업계에서 ‘마케팅 귀재’로 정평이 나있다. 그의 별명은 동서식품에 근무할 때 치렀던 ‘커피 전쟁’에서 연유한다.

 

1989년, 국내 커피업계의 지존이었던 동서식품의 ‘맥심’은 네슬레의 ‘초이스 커피’의 거센 도전을 받고 1995년까지 심각한 시장잠식을 당했었다. 위기를 느낀 동서식품 창업자 김재명 회장은 당시 영업담당 총괄본부장이었던 그를 전선에 긴급 투입했다. 회사의 명운을 걸머진 박 사장은 ‘커피 전쟁’ 당시 IMF를 겪는 소비자에게 ‘맥심은 수출하는 기업이고 초이스는 수입품’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감성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그 결과 하향곡선을 긋던 맥심의 매출은 1998년부터 상승세로 반전했다. 지금까지 맥심이 커피업계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게 된 중심 배경에 박사장이 있었던 것이다. 또 경남 창녕 출신의 김 회장이 지연·학연·혈연을 뿌리치고 전북 출신인 박 사장을 (주)동서의 최고경영자로 앉힌 이유를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그는 평소 회장과 선배 경영인들로부터 체득했다는 ‘사람경영론’을 리더십의 제1덕목으로 든다. ‘기업의 모든 것은 사람이고, 처음과 끝도 사람이 움직인다’는 그의 철학은 아래로 권한을 이양하고 사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 사원'이 박 사장 밑으로 오면 100% 역량을 발휘하던 사례도 그러한 사람경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동서의 간부들은 전한다.

 

그럼에도 그는 늘 ‘사직서’를 사장실 서랍에 넣고 다니는 ‘마음을 비운’ 사장이다. 박 사장은 이에 대해 “일을 하다가 실수하거나 인정받지 못하면 언제든 물러날 준비가 돼 있고, 또 일을 잘해도 나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춘향제 등 고향 남원의 행사에 끊임없는 협찬으로 고향사랑을 실천하는 그는 은퇴 후 하나님을 찾아 신앙생활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당분간 그의 사직서가 서랍에서 나오기는 힘들게 느껴졌다.